佛 모던과 韓 전통 공예 잇는 전시… 형태와 마음의 공명이 美 빚어내
공예 전환점 만든 獨 ‘바우하우스’… 숙련 노동으로 모두 위한 美 추구
대량생산으로 생명성 축소됐지만, 새 도구 나와도 공예 가치 남을 것
얼마 전 시간의 흔적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한국 고미술 갤러리 ‘고복희’와 프랑스 모던 디자인 가구 갤러리 ‘르모듈러’가 함께 기획한 ‘형심(形心)’이라는 전시가 있었다. ‘형태는 영혼을 따른다’는 프랑스 근대 여성 건축가 샤를로트 페리앙의 말에서 출발한 전시였다. 이 전시는 프랑스 모던 건축 거장들의 가구, 건축과 조선시대 기물, 가구들의 조화가 주는 감동을 전하고, 동서양과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 삶을 관통하는 형태와 마음의 관계를 생각하게 했다.》
‘공예’에서 흙을 다지는 도구를 형상화한 글자인 ‘공(工)’은 장인, 기교, 일을 뜻한다. 어떤 것을 만들려면 숙련된 도구와 반복된 행위, 노동이 있어야 한다. ‘예(藝)’는 재주, 법도, 궁극의 의미가 있다. 재주가 형식을 가지고 어느 한계를 넘어 궁극에 만들어진 것에는 생명이 담긴다. 실제로 ‘예’는 식물을 가꾸는 행위를 형상화한 글자다. 사전적인 의미로 본다면 공예는 ‘오랜 시간 몸으로 익힌 일을 통해 생명이 담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뜻한다. 공예가 전통, 예술, 산업 중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공예의 정의 앞에 작고 초라해 보인다.
19세기 중엽에서 20세기 초는 현대사회의 바탕이 된 때다. 이 때문에 지금의 공예와 디자인을 이해하는 길목에서 유심히 살펴볼 지점 중 하나가 1919년 독일에서 미술, 공예, 건축 등의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바우하우스’다.
당시는 귀족과 부르주아를 위한 노동에서 벗어나, 시민과 노동자를 위한 집과 사회를 만드는 것이 서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귀족을 위한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모두를 위한 아름다움이 필요한 시대였기에 의자, 그릇, 옷, 집 등 모든 물건은 새로운 미(美)의 관점에서 제작해야 했다. 이런 생각은 수천 년간 이어온 공예가 변화한 시작점이 됐다. 바우하우스는 장인과 예술가 사이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각 공방에 장인마스터와 창작마스터를 함께 두고, 도제 과정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새 시대의 의자와 도자기, 직물을 만들었다. 이것은 분명 공예의 새로운 제작방식이었고, 동시에 공예와 디자인의 분기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바우하우스에서 만들어진 제품과 건축에도 시대정신과 생명정신을 불어넣겠다는 공예의 정의 안에서 이뤄진 일이다.‘만드는 것에 생명을 담는다’는 공예의 철학은 근대 산업사회에서부터 변화가 생겼다. 철과 유리와 같은 산업재료는 장소와 계절의 관계를 끊고, 각각의 부품은 오차가 없도록 동일한 제작과 조립 과정으로 만들어졌다. 숙련된 손과 생명정신은 그렇게 서서히 움츠러들었다.
그릇을 만드는 공장에서 하루에 1만 개의 그릇을 생산한다고 하면 그중 몇 개는 다른 그릇과 차이가 나는 것이 만들어진다. 그것을 우리는 불량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릇을 손으로 만들고 가마에 굽게 되면 백 개의 그릇이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그렇다고 이것을 불량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철학자 들뢰즈는 ‘반복과 차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고 했다. 만일 세상에 정답이 있다면 정답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두 틀린 것이 된다. 그릇도 표준화된 정답이 있다면 그것에서 벗어난 것은 모든 것이 불량품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생명과 사람은 서로 차이가 있다. 어떤 것 하나 동일한 것이 없다. 생명으로 만들어진 그릇 또한 마찬가지다.
공예는 인류가 자연과 공존하며 만들어온 문명의 기록이면서 자산이다. 또한 장소와 관계 맺고 자연의 물성을 탐구하여 만들어진 사물과 시공간에 생명을 담으려는 시도이다. 인공지능(AI)과 3차원(3D) 프린터는 디자인과 공예를 포함한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지만 이것 역시 인간이 만든 도구다. 새로운 도구의 출현은 새로운 문명을 만든다. 하지만 공예는 몸과 도구를 통해 지구와 관계를 맺고 사물에 생명을 담는다는 정신을 지닌 사상이다. 이를 잊지 않는다면 다가올 새로운 문명은 인류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선사할 수 있다.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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