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당뇨병 약 두가지를 병용 투여하면 췌장 베타세포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당뇨병의 항노화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서울대병원은 조영민 내분비대사내과 교수팀(서울의대 홍세린 연구원)이 비만형 2형 당뇨병 동물모델을 활용해 SGLT2 억제제(성분명 에나보글리프로진)와 α-글루코시다제 억제제(아카보즈)를 투여한 뒤 베타세포 노화 억제 기능을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SGLT2 억제제는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시켜 혈당을 낮춘다. α-글루코시다제 억제제는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완화해준다.
췌장 베타세포는 인슐린을 만드는 세포다. 2형 당뇨병 환자들은 이 세포 기능이 떨어져 혈당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연구팀은 6주간 마우스 모델에 약물 등을 투여한 뒤 경구 포도당 부하검사(OGTT), 인슐린 분비지수, HOMA-β 지수(베타세포 기능 지표), 췌장 내 인슐린 양성 세포 면적을 측정하고 체내 β-HB 농도와 NRF2 단백질의 발현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두 약물을 병용 투여한 그룹에서 혈당이 가장 효과적으로 조절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인슐린 분비지수와 HOMA-β 지수가 증가하고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 면적도 넓어졌다. 베타세포 기능이 회복됐다는 의미다.
노화에 영향을 주는 바이오마커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두 약을 함께 투여한 그룹에선 p16, p21, p53 발현이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노화 지표로 꼽힌다. 항노화 효과는 췌장 외에 신장 조직에서도 확인됐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2형 당뇨병 치료에서 기존 승인 약제를 병용해 췌장 베타 세포의 기능 회복뿐 아니라 노화 억제라는 추가 효과를 확인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당뇨병은 고령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인체 대상 임상 연구를 통해 동일한 효과가 재현되는지 확인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당뇨병·대사질환 분야 국제학술지(Diabetes & Metabolism Journal)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