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명 김동원 기자
- 입력 2025.07.17 19:45
“AGI 시대 교육 방향” 부산이 제시한 AI 융합교육 로드맵
엑사원 4.0 무료 개방, 2788명 마스터 교원 양성… AI 교육 인프라 확산
“교사는 개척자로, 학생은 사고력 키워야” 전문가들 한목소리
인공지능(AI)이 교실의 두 번째 교사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이틀간 진행된 ‘AI BUS 2025’에선 교육 현장의 생생한 AI 활용 사례와 미래 비전을 공유하며 그 가능성을 모색했다.
‘AGI, 지성과 생명을 품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는 부산대학교와 부산대학교 병원, THE AI가 공동 주최했다. 첫째 날 의료 AI에 이어 둘째 날은 ‘AI, 교실에 들어온 두 번째 교사’를 주제로 에듀테크와 교육 AI 활용 방안을 집중 조명했다.
◇ 현장 교사들이 만든 진짜 미래 교실 “AI를 수업에 녹여라”
참관객의 흥미를 이끈 세션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교사들의 사례 발표였다. 아이에답(AIEDAP) AI 융합교육 교원 마스터 과정을 이수한 김예지 옥천초 교사, 강수현 해운대중 교사, 이상욱 김해분성여자고 교사가 각각 초·중·고 수업에서의 AI 활용 현황을 공유했다.
김예지 교사는 초등 영어 수업에서 AI 기반 발음 피드백 도구를 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학생들이 ‘플랭 스쿨’ 앱을 통해 AI로부터 즉각적인 발음 교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뤼튼 AI와 머신러닝포키즈를 활용해 예의 있는 영어 표현을 분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함께 협업하는 학습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변화가 놀라웠다”고 전했다.
강수현 해운대중 교사는 AI를 활용한 교무 업무 자동화 사례를 제시했다. 생성형 AI로 퀴즈를 자동 생성하고 구글 앱스 스크립트와 연동해 설문지까지 자동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강 교사는 “기존에는 교사가 일일이 문항을 만들고, 구글 설문지에 옮겨야 했지만 이제는 수업 자료 기반 퀴즈, 자동 입력, 자동 링크 생성까지 한 번에 가능해졌다”며 “AI가 실제 시간을 엄청나게 절약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욱 김해분성여자고 교사는 ‘종이 없는 물리 수업’을 실현하고 있다. AI 도구로 진자 운동, 전기력 계산, 빛의 굴절 등 물리 실험 시뮬레이션을 10분 만에 제작하고, 학생들이 가상 실험을 통해 탐구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했다. 입시 상담도 300페이지 넘는 자료를 AI 챗봇에 업로드해 학생-챗봇-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3자 상담 모델’을 구현했다. 이 교사는 “AI는 정보의 바다에서 일렁이는 파도가 아니라 쓰나미급 변화”라며 “교사가 중심을 잡고 변화를 주도해야 학생들이 미래 사회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엑사원 4.0부터 발달 단계별 교육까지… 전문가들이 제시한 AI 교육 방향
최정규 LG AI연구원 AI에이전트 그룹장은 기조연설에서 수능 수학 1등급을 받은 ‘엑사원 4.0’의 교육 분야 활용 방안을 소개했다. 엑사원 4.0은 의사시험을 비롯해 6개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하며 인간 전문가 수준의 학습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경기도교육청과 진행 중인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에서 280여 개 학교의 학부모와 학생 질문에 대한 소통을 담당하고 있다. 최 그룹장은 “전 산업 영역에서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느냐가 역량 차이를 만드는 시대가 됐다”며 “AI 시대에는 교사가 더 전문가답게 학생을 지도할 수 있고, 학생도 본인의 역량을 높이는 데 AI가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제영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은 AI 교육에 대한 기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범용인공지능(AGI) 시대에서 AI만 잘 가르치면 된다는 생각은 틀렸다”며 “AI를 잘 쓰기 위한 기본 역량을 갖추는 교육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연령별 차별화된 AI 교육 접근법을 제시했다. 유치원생에게는 체험 중심 교육을, 초등학교에서는 핸즈온 교육을 강조하면서 “초등학생에게 AI 개념을 가르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임철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AI 융합 교육의 성패가 교사의 지속적 전문성 개발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이에답 사업을 통해 양성된 마스터 교원은 전국 2,788명에 달한다. 임 교수는 교사의 AI 융합 교육 역량을 6단계로 나누고, 레벨 4~6에 해당하는 ‘전문가’, ‘선도자’, ‘개척자’ 수준의 교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 교육 혁신은 일부 선도 교사가 아니라 현장 교사 전체가 변화의 주체가 되는 구조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AI 활용은 교사가, 사고력은 학생이” 치열한 토론 속 합의점 도출
마지막 패널토론에서는 AI 시대 교육의 핵심 원칙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현준우 아이스크림미디어 대표와 이준호 엘리스그룹 팀리더는 AI 활용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 대표는 “인구 절벽 시대 모든 아이가 국가 핵심 인재로 자라야 하는 상황에서 AI는 필수적인 학습 도구”라며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건호 데이원컴퍼니 B2B 교육본부장은 학생들의 AI 사용 제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순간 사고하는 힘은 줄고 생각을 외주화하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면서 “AI는 교사의 역량을 증강하는 데 집중돼야지 학생의 두뇌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수홍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는 “AI는 인간의 사고를 자극하고 오히려 인간 고유의 정체성을 재발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기술의 시대에도 생각하는 인간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고 정리했다.
송길태 부산대학교 AI융합혁신대학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으로 AGI 등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며 “우리 미래의 주역을 AI 혁신가로 키워내기 위해 초중등·고등 교육 전반에서 AI 융합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X 기반 에듀테크 혁신으로 시작해서 지역 전략 산업 전 분야로 확산돼 부산이 글로벌 AX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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