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LIG넥스원의 정찰용 무인수상정(USV) 개발에 활용되는 엣지 클라우드 공급 계약을 단독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팰런티어테크놀로지, 오라클 등 세계적인 클라우드 업체들이 현지 국방 기업과 손잡고 인공지능(AI)·무인화 무기 체계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것처럼 삼성SDS가 국방AI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USV, 차세대 선박으로 부상
27일 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난해 말 계약을 맺고, 올 2분기에 정식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께 최적화를 위한 서버를 처음으로 공급하며 양산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 목표다. 삼성SDS는 국내 유수의 클라우드 업체를 비롯해 해외 빅테크와의 경합에서 최종 승자로 낙점됐다. ‘소버린 AI’를 강조한 정부 기조에 발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LIG넥스원은 삼성SDS 보안 클라우드 분야의 강점을 높이 산 것으로 알려졌다. LIG넥스원은 AI 등 최첨단 기술을 무기에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30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무인화 기기 등 차세대 제품을 확보하겠다는 목표가 있다. 특히 LIG넥스원은 2015년부터 ‘해검’이라는 이름의 자체 무인수상정을 개발하고 있다. 무인수상정은 센서, 레이더 등 배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클라우드 기술 접목이 필요하다. 무인수상정은 차세대 해군력의 핵심으로 불린다. HD현대는 팰런티어와 손잡고 ‘테네브리스’라는 무인수상정을 개발 중이다.
삼성SDS는 향후 협업을 통해 첨단 엣지 클라우드 서버는 물론 최첨단 소프트웨어 솔루션까지 LIG넥스원에 제공할 계획이다. 수상정이 수집한 데이터를 전체 군 데이터가 모이는 중앙클라우드에서 관리하기는 어렵다. 앞단에서 수상정과 신속하고 긴밀하게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엣지 클라우드가 구축돼야 하는 이유다.
◇ HD현대는 팰런티어와 협업
삼성SDS는 지난해 말 국방클라우드 태스크포스(TF)라는 신설 조직을 꾸렸다. 군 출신 인사도 영입했다. 삼성SDS는 이번 계약을 기반으로 디펜스 테크 분야 진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초 군의 차세대 합동지휘통제체계인 K-타이탄(TITAN)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다. 자체 AI 플랫폼인 패브릭스(FabriX)를 바탕으로 군 데이터를 학습해 지휘관에게 최적의 작전 계획을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도 냈다.
민관 모두에서 성과를 내면서 삼성SDS는 해외 국방AI 시장도 개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팰런티어만 해도 미국 국방부에 ‘타이탄’이라는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미군 AI 플랫폼 개발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시장 진출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오라클 역시 군용 클라우드 AI 개발을 위한 ‘오라클 디펜스 에코시스템’을 발표하고 미 방산회사들의 AI 전환을 지원사격하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우리 군은 군사 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기를 꺼리는 데다 연구개발 시스템이 복잡해 AI 시대의 첨단 테크 역량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며 “민간과의 협업을 통해 클라우드 및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