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관세 협상 극적 타결…수출·외환 큰 부담 덜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어제 경주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두 달 만에 이뤄진 이번 회담은 최대 난제로 꼽힌 한·미 관세 협상에서 극적인 타결을 이끌어내며 우리 경제와 외교·안보 전반에 걸쳐 ‘패키지 합의’라는 값진 결실을 봤다. 특히 500조원대 대미 투자 약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리 수출과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해소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쾌거로 평가할 만하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관세 협상 결과다. 350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규모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현금 투자 비중을 2000억달러로 제한하고 연간 상한액을 200억달러로 설정한 것은 큰 성과다. 이 정도 수준의 연간 상한액은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 가능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대규모 자금 유출에 따른 환율 급등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했다. 또한 현재 부과중인 자동차(25%) 관세율을 15%로 낮췄고, 우리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을 막아낸 점이나 의약품, 목재 등에서 최혜국 대우를 확보한 것 역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한국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금융당국의 보증 프로그램이 포함된 것 역시 국내 산업의 활로를 모색할 기회를 제공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합의도 동맹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격상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 환영 만찬에서 “우리는 국가 안보 등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많은 항목에서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 필요성에 공감하고 후속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회담 전 첫머리 발언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해달라”는 요청을 수용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적 방위 역량을 대폭 키울 것”이라며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위비 증액도 공식화했다. 아울러 양국 정상이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시사한 것 역시 핵연료 주기의 자율성 확보와 원자력산업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진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번 정상회담은 경제적 난제와 안보 현안에 대한 ‘패키지 합의’를 통해 한·미 동맹이 더욱 굳건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했음을 만방에 확인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소중한 친구이자 동맹”이라고 강조했듯 양국 관계는 단순한 군사 동맹을 넘어 경제와 첨단 기술을 아우르는 미래형 전략적 관계로 도약하게 됐다.

이번 정상 간 합의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굳건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