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 ‘전후 80년에 대한 소감’이라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과거를 직시하는 용기와 성실함” “타자의 주장에도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는 관용”을 주문했다. 그는 “편협한 내셔널리즘과 차별·배외주의를 용납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과거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등 일본 정치가 갈수록 퇴행하는 흐름 속에서 이시바 총리의 이번 메시지는 두고두고 경종(警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 강경 보수파 의원들이 이시바 총리의 메시지가 후임 총리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반발한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1995년 전후 50주년을 맞아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담은 담화를 발표한 이후 10년마다 각의(閣議) 결정을 통해 총리 담화를 내는 것은 일본 정치의 관례였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내 다수 세력인 보수파의 강력한 반대에, 각의 결정이 아닌 개인 견해의 형식으로 메시지를 냈다. 한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와 관련된 과거사에 대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만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대신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군국주의에 빠져 침략전쟁으로 치달았던 과오와 패전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수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 전쟁을 지속한 잘못에 대해서는 ‘반성’과 ‘교훈’을 거론하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시바 총리는 당시 헌법에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이 없었고, 정부는 군부를 통제하기는커녕 오히려 이용당했으며, 국회와 언론은 군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냉정하고 합리적 판단이 아닌, 정신적·감정적 판단이 중시돼 국가의 진로를 그르친 역사”였다는 것이다.
이는 지나간 과거의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시바 총리의 지적이다. “엄중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 속에 놓여 있는 지금이야말로 역사에서 배우는 중요성을 재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시바 총리가 재임 중 한일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시키는 등 한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누가 새 총리로 선출되더라도 과거 역사에 대한 성찰 위에서 미래 지향적인 근린 관계를 열어 나가려 한 이시바 총리의 외교 기조는 계승되어야 한다. 그것이 일본에 있어서도 불행한 역사를 또다시 되풀이하지 않는 길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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