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카오 수사 법정서 질타당한 檢, 기계적 항소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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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22 17:24 수정2025.10.22 17:24 지면A35

카카오가 3년 가까운 수사와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고 ‘주가 조작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었다. 비록 1심 결과지만 그제 서울남부지방법원의 판결은 검찰의 무리한 기업 수사와 기소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시세조종 공모 등 혐의로 양형 기준상 최고형인 15년형을 구형받았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재판 이후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 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카카오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12만원)보다 높게 유지하려 시세조종에 나섰다고 봤지만, 재판부는 공모 증거, 목적, 매매 양상을 조목조목 따지며 “물량 확보 목적이었다”는 카카오 측 손을 들어줬다. “카카오의 매수 주문은 시세조종성 주문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도 했다. 검찰 주장을 대부분 배척한 것이다.

특히 이날 판결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재판부가 검찰의 ‘별건 수사’ 관행을 무겁게 질타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시세조종의 유일한 증거였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전 임원의 진술을 이번 건과는 관련 없는 다른 사건 수사에 대한 극심한 압박 속에 나온 ‘허위 진술’로 봤다. 재판부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피의자나 관련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는 이번 사건에서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검찰은 관행대로 항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형을 구형했는데 모두 무죄가 되고 재판부의 ‘훈계’까지 들었으니 자존심이 상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장기간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야 하는 기업과 기업인의 고통을 먼저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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