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노 소송… “지원 사실이라 해도 불법 비자금은 보호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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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중 ‘최 회장이 1조3800여억 원의 재산 분할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원심이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노 관장이 기여한 몫을 지나치게 많이 인정한 만큼 서울고법에서 다시 따져보고 산정하라는 취지다. 대법원은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노태우 비자금’의 재산 형성 기여 논란과 관련해서는 노 관장 측 주장처럼 돈이 건너갔다고 가정해도 “불법성·반사회성이 현저하여 법적 보호 가치가 없다”고 판시했다.

소송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은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온 300억 원 상당의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어음을 근거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91년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300억 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을 받은 대가로 발행한 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 퇴임 뒤에 쓸 자금을 약속한 것’이라고 했다. 즉,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엇갈리는 양측의 주장에 대해 항소심은 노 관장 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300억 원이 실제로 지원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만약 자금이 지원됐다면 이 자금은 규모나 전달 시기에 비춰 노 전 대통령이 받은 비자금의 일부일 것으로 봤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기업들로부터 정치자금 등의 명목으로 4189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2708억 원이 뇌물로 인정돼 징역 17년의 유죄판결을 받고 2628억 원을 추징당했다. 노 전 대통령은 수사 및 추징 과정에서 300억 원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불법 비자금의 재산 형성 기여를 인정한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다만 300억 원의 비자금의 존재 여부가 논란이 된 이상, 이에 대한 사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정치권에선 당사자가 사망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없더라도 별도 절차로 범죄 수익을 찾아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 검찰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흐름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불법 자금은 끝까지 추적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그 같은 공언(公言)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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