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장 후보들의 '반도체 유치' 공약…기업 부담 주는 일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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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1 17:38 수정2026.04.21 17:38 지면A31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 및 기초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공장을 비롯한 대기업 유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여야 후보 가릴 것 없이 지역 주민의 관심만 끌 수 있다면 장밋빛 공약을 던져놓고 보는 식이다. 객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더라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클 것으로 여겨지는 반도체 공장 유치 공약이 전국 곳곳에서 쏟아지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민형배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가 1년 이내 10조원 규모 반도체 생산시설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에선 경선 중인 유영하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가 용인 반도체 생산라인을 대구·경북으로 끌어오겠다는 구상을, 김진태 강원지사 후보는 원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혔다. 기초단체장 가운데서는 김장호 국민의힘 구미시장 후보가 반도체 팹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건 반면, 현근택 민주당 용인시장 후보는 “이전은 없다”며 반도체 공장 지키기 공약을 내놨다.

후보자 정식 등록까지 3주 넘게 남은 일정을 감안할 때 기업 유치 공약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개연성이 크다. 지난해 말 여당 일부에서 제기했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이전’ 논란이 자칫 지방선거를 계기로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걱정되는 점은 정치권이 비록 선거용 공약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목소리를 내면 기업으로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지난 1월 청와대는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할 몫”이라고 선을 그었고,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정치권이 부탁한다고 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기업 명운이 걸린 공장 이전을 정치권 입맛에 맞춰 진행해선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기업의 투자 결정은 용지 확보부터 전력, 용수 등 제반 인프라의 안정성과 인력 수급 여건 등을 면밀하게 따진 뒤 장기적인 경영 전략에 따라 이뤄진다. 반도체 공장 건설에 10년 가까운 시일이 소요되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다. 지자체에 지금 필요한 것은 공허한 공약 경쟁이 아니라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는 투자 환경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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