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라지만 12일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은 여느 기업공개(IPO)와 근본적으로 다를 게 없다. 회사 비전을 보고 IPO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어쩌면 돈을 벌고, 어쩌면 잃을 것이다. 이번 IPO의 본질은 오히려 자본시장 바깥에서 선명해진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이 ‘자유시장의 경이로운 산물’ ‘로켓 연료를 싣고 질주하는 자본주의’라고 일컫는 그것 말이다.
우선 스페이스X를 통해 21세기 기업과 기업인의 역할은 재정의된다. 신대륙 발견, 달 탐사처럼 정부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던, 인류의 지평을 확장하는 활동이 민간 기업의 사명이 됐기 때문이다.
'보법' 다른 스페이스X
스타링크 서비스를 위해 1만 개의 위성을 쏘아올린 스페이스X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의 3분의 2를 점유하고 있다. 우주선 스타십이 실어 나르는 화물은 인류가 대기권 바깥으로 보내는 물동량의 90%에 이른다. “태양계의 주인은 스페이스X이고, 우리는 이를 빌려 쓰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번 IPO를 통해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100년 전 석유산업의 90%를 지배한 록펠러가 최초의 억만장자가 된 것과 같다. 두 사람은 각자의 시대에서 기업인의 역할이 어느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스페이스X는 국가와 기업의 관계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정부 역할을 어디까지 기업이 맡을 수 있는지와 관련해서다. 2005년 세워진 스페이스X가 반복된 로켓 발사 실패로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미국 정부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화물 운송을 대행할 기회를 주며 지원했다. 이는 로켓 재사용 등 혁신을 통한 우주 기술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스타링크를 통한 인터넷 서비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중요한 방위산업 인프라가 됐다. 스페이스X에 대해 중국은 “미국식 산업정책과 민간 기업 활용 방식이 낳은 산물”(경제관찰보)이라며 경계한다.
기업사의 새 이정표
무엇보다 스페이스X는 한 개인이 혁신 생태계와 만났을 때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보여준다. 10대 시절 염세주의에 빠졌던 머스크는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소설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꼽는다. 여기에는 ‘무한 불가능 확률 구동장치’라는 가상의 기계가 등장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사건을 무한대로 실행하면 현실이 된다’는 이 장치는 적의 미사일을 향유고래로 바꿔버린다. 광활한 우주 앞에 “비관론자로 옳기보다 낙관론자로 틀리겠다”는 생각을 확립한 머스크는 이후 계속 불가능에 도전해왔다.
도전이 항상 성공한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머스크가 제시한 602개 목표 중 실현된 것은 12%에 불과하다. 로보택시는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고, 휴머노이드 로봇도 출시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 공모에는 3000억달러(약 458조원)가 몰렸다. ‘정주 인구 100만 명의 화성 도시 건설’을 최종 목표로 내건 이 비범한 기업과 여정을 함께하기 위해서다. 다른 사람들도 거대한 도전의 승패를 가까이서 지켜볼 행운을 얻었다. 이 같은 경험은 스페이스X의 시도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제2의 머스크를 탄생시킬 토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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