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러 ‘병풍’ 세운 김의 생존외교… 그 현란한 변신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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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전날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보도했다.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이날 처음 공개됐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10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개최했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전략무기와 함께 신형 전차 ‘천마-20’, 드론 발사차량 등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 성과도 과시했다. 주석단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양옆에는 중국 리창 총리와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섰다. 김정은은 지속적 국방력 강화를 다짐하며 “부정의와 패권을 반대하는 공동투쟁에서 자기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열병식은 북한 ‘생존외교’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달 3일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섰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평양에서 중-러의 2인자를 양쪽에 두고 반(反)서방의 중심에 선 장면을 만들어냈다. 그뿐 아니다. 베트남과 라오스 정상을 비롯한 10여 개국 대표단을 맞아들이는 다자 외교무대를 연출함으로써 더는 ‘왕따’ 국가가 아님을, 나아가 열병식에서 ‘최강의 핵 전략무기’를 보여줌으로써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과시했다.

이 같은 북한의 위상 변화는 핵·미사일 고도화를 통한 자신감을 토대로 미중 간 패권 대결이 낳은 신냉전 기류에 재빨리 올라탄 결과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러시아 파병 같은 모험주의적 도박, 나아가 러시아를 통한 중국에의 우회 접근 같은 특유의 등거리 생존 전략을 구사했다. 그렇게 이룬 외교적 도약이지만 지금이 북한 외교에서 최고의 시기이며 앞으로는 불확실성 속에 던져진 내리막길이 될 것임을 김정은이라고 모를 리 없다. 다만 김정은의 한껏 높아진 콧대가 앞으로 어떤 외교적 책동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북한은 8월 외무성 국장협의회를 통해 ‘적수국들에 대한 외교적 선제 대응’을 거론하며 공세적 외교를 예고한 바 있다. 김정은이 8년 전 전쟁 직전의 한반도 대결 정세 속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대화 국면으로의 극적인 전환을 꾀한 것처럼 또 한 차례 현란한 변신을 선보일 수 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린다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언제 닥칠지 모를 북-미 직거래에 대비한 한미 간 조율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짚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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