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부세 등록 오류, 주택임대 사업자만의 잘못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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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09 17:08 수정2025.10.09 17:08 지면A39

주택임대사업자들이 국세청 등록 오류로 최대 1조원에 달하는 종합부동산세 추징 위기에 몰렸다는 한경 보도(10월 4일자 A1, 5면)다. 이들 89곳은 2020~2024년 종부세 합산 배제를 받았지만, 사업자등록상의 업종 코드가 ‘주택임대업’이 아니어서 문제가 됐다. 국세청은 요건 미비가 확인되면 5년 치 종부세를 경정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형식상 세법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번 문제를 단순히 사업자 과실로만 돌리기엔 행정 체계의 허점이 너무 커 보인다.

해당 업체들은 대부분 ‘민간임대주택 특별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정식 등록한 임대사업자다. 실질적으로 임대사업을 영위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단지 국세청 등록 과정에서 업종 코드가 맞지 않게 등록된 것일 뿐이다. 당시 세무서에서는 임대사업자라고 하면 관행적으로 ‘주택임대업’이 아니라 ‘부동산임대업’으로 포괄 처리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애초 지자체 등록정보가 세무서와 자동 연동됐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사안이다. 이는 사업자 부주의라기보다 행정체계 간 불일치가 낳은 제도적 혼선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혼란을 방치해 놓고 5년 뒤에야 과오를 추궁하는 국세청의 처사는 지나치게 편의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단순한 코드 입력 오류를 이유로 실제 임대사업자에게 거액의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번 소명 대상의 60%(53곳)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분 출자한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장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최소한의 수익으로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정책 기능을 맡은 곳에 ‘종부세 폭탄’은 가당치 않다. 이를 감당하지 못해 임대사업자 폐업이 속출하고, 민간임대 공급이 위축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종부세뿐 아니라 상속세, 재산세 등 세금 체계도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 납세 과정에서 혼선이 생긴다면 세무당국은 이를 안내하고, 필요하면 정정까지 도와주는 것이 최소한의 행정 서비스이자 배려다. 이번 주택임대사업자 종부세 사안처럼 과세당국이 팔짱만 낀 채 불법 여부만 따지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징벌이 아니라 실무적 지원과 제도적 보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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