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공천개입 사건으로 최근 특검 조사를 받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왔었다고 진술했다. 그런 통화를 한 적 없다고 펄쩍 뛰던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 의원은 “그해 5월 8일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던 장제원 의원이 전화해와 (창원 의창 지역구에) 김영선 공천을 잘 부탁한다며 ‘당선인의 뜻’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특검에 진술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 윤 전 대통령도 전화를 걸어와 ‘창원’ 그건 비서실장에게 얘기 들었느냐고 물어왔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통화 다음 날 김 전 의원은 공천이 확정됐다.
윤 전 대통령 공천개입 의혹은 지난해 ‘명태균 황금폰’ 녹취가 나오면서 구체화됐다. 윤 전 대통령이 명 씨에게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윤상현이한테 한 번 더 얘기할게”라고 말한 육성이 공개됐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강하게 잡아뗐다. “대통령이 ‘김영선 공천 주라’고 저한테 얘기한 적이 없다” “대통령의 할아버지가 전화해도 휘둘리지 않는다”며 정색했다. 그래 놓고 정권이 바뀌자 이를 180도 뒤집은 것이다.
윤 의원은 비상계엄 이후 “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라며 윤 전 대통령을 앞장서 비호한 인물이다.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막겠다며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단에 올랐고, 서부지법 사태 땐 ‘체포되더라도 곧 훈방’이라며 난동을 부추기듯이 말했다. ‘윤석열 지킴이’ 행세를 하던 그는 수사망이 조여 오자 윤 전 대통령 추가 처벌로 이어질 공천개입 혐의에 대해 일부 인정하는 취지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뜻을 공관위에 전달하진 않았다”고 특검에 진술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이 공천개입을 시도한 건 맞지만 적어도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고 뭔가.
계엄을 옹호했던 윤 의원은 시류에 따라 자신의 말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있다. 그는 계엄 직후 후배 의원에게 “(지금 여론이 안 좋아도) 1년만 지나면 또 찍어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유권자를 우습게 여기는 수준 이하의 인식이었다. 공천개입 의혹을 두고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꾸는 그의 행태를 보면서, 새삼 그의 가벼움에 혀를 차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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