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장 멈춘 한국이 주목해야 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혁신론

3 weeks ago 9

입력2025.10.14 17:33 수정2025.10.14 17:33 지면A31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기술 혁신과 창조적 파괴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임을 입증한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필리프 아기옹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교수,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경제사학자인 모키어 교수는 18세기 유럽에서 신념, 가치, 선호의 체계가 급격하게 전환되면서 기술 진보를 받아들이게 됐고 이로 인해 산업혁명이 가능했다는 것을 밝혀냈다. 아기옹 교수와 하윗 교수는 1910년대 조지프 슘페터가 내세운 창조적 파괴 이론을 수학 모델로 증명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하며 밝힌 이유가 의미심장하다. 이들의 연구가 저성장 국면의 세계 경제에 경종을 울린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10년까지만 하더라도 5%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3%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상황이 가장 심각한 나라다. 우리 경제는 올해 0.9%, 내년 1.6% 성장(한국은행 전망)에 그칠 전망이다. 2% 안팎의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출생으로 생산가능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으며, 고령화 때문에 70대 이상 인구가 20대보다 많은 사회다. 관세전쟁 등 외부 변수에도 취약하다.

물론 모키어 교수의 평가처럼 한국은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채택해 가난한 국가에서 부유한 국가로 발돋움하는 기적을 이뤘다. 독재와 폐쇄 경제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한과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성장이 멈춰 서면 ‘한강의 기적’도 한낱 과거의 영광에 그칠 수밖에 없다. 모키어 교수의 지적처럼 저출생·고령화와 함께 혁신을 가로막는 각종 요인을 점검해 개선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하윗 교수의 “혁신은 반드시 자국 내부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세계와의 교역을 더 늘려 성공 가능성이 높은 혁신 기술을 더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외국인 인재 유치를 위해 이민정책도 새로 짤 필요가 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제시한 한국의 해결 과제는 하나도 흘려보낼 게 없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