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회사인 독일의 플랙트를 15억 유로(약 2조4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14일 체결했다. 조 단위 인수합병(M&A)은 2016년 오디오·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9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명품 오디오 브랜드를 사들인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새로운 빅딜을 성사시키며 미래 성장동력 점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M&A에는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107년 역사를 가진 플랙트는 AI 산업의 근간인 데이터센터와 대형 상업시설의 온도·습도 전반을 제어하는 중앙 공조에 특화된 기업이다. 세계적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제약사, 헬스케어, 플랜트 업체 수십 곳을 고객으로 두고 1조 원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폭증하는 데이터센터가 내뿜을 열을 식히기 위해 관련 공조 시장은 연평균 18%씩 급성장하고 있는데, 플랙트 인수를 통해 해당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으로 10년 가까이 ‘사법 족쇄’에 묶여 있는 동안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나 M&A에 큰 차질을 빚었다. 글로벌 경쟁자들이 미래 유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합종연횡을 가속화하는데, 삼성은 초대형 M&A가 9년 만이라니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길다. 이러는 동안 삼성전자는 압도적 선두를 지키던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고 AI,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에서는 존재감이 미약하다.
이 회장이 두 달 전 ‘위기에 강한 독한 삼성’을 주문했는데, 이번 조 단위 빅딜이 혁신과 도전의 DNA를 회복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M&A가 꾸준히 지속돼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산다고 말로만 ‘립서비스’ 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신산업을 맘껏 키우고 투자 의욕을 불 지필 수 있도록 신속한 경제 입법으로 응답해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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