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산재 다발 1, 2위가 배달업… ‘도로 위 폭탄’ 방치 안 된다

4 weeks ago 7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 다발 기업 1, 2위가 모두 배달 플랫폼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의 물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의 산재 사상자가 814명으로 가장 많았다. 배달앱 쿠팡이츠가 419건으로 뒤를 이었다. 배민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으로 산재 사상자가 가장 많았는데, 이대로면 4년 연속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업무 도중 사고가 교통사고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은 배달업 특성상 실제 산재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배달 기사들의 산재 사고가 많은 것은 일부 기사들의 과속, 신호 위반 등 안전불감증에도 원인이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적정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사들에게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고 기본 배달료가 낮다 보니 폭염이나 폭우 등 악천후에도 무리하게 배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배달 플랫폼들은 미션, 리워드, 등급제 등을 통해 더 빨리, 더 많이 배달하도록 독려하고, 이는 장시간 근무와 위험 운전을 유발한다. 노동계에서는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최소보수제’를 시행해야 무리한 운행을 막고 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안전관리 감독도 미흡한 실정이다. 배달 기사들은 운전 중에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앱 알림을 확인하느라 운전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배달 경력이 짧은 기사들의 사고 비율이 높지만 신입 기사가 받는 안전 교육은 온라인 교육 2시간에 그친다.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안전하게 운행하는 기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배달 플랫폼의 안전 관리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산재가 급증하는 기업에는 산재보험기금 기여분을 늘려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목숨을 건 배달 기사들의 위험 운전은 기사 자신의 안전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안전까지 심각하게 위협한다. 정부는 배달 라이더의 근로 환경에 대해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안전보다 위험에 인센티브를 주는 불합리한 배달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배달 오토바이들이 도로 위 시한폭탄이 되는 상황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어린이 책

    어린이 책

  • 고양이 눈

    고양이 눈

  • 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