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빚의 늪’에 빠진 20대… ‘캄보디아의 덫’에 걸리지 않게

3 weeks ago 10
생활 물가와 집값 상승, 취업난 등이 겹치면서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빚의 덫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대가 평균 0.41%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 시중은행의 7월 기준 20대 이하 대출자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0.8%로 30∼50대의 두 배를 웃돌았다. 학자금 대출 상환이 6개월 이상 밀린 청년들도 5만 명에 육박하고, 누적 연체액은 2500억 원을 넘어섰다.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을 석 달 이상 갚지 못해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청년들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현재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6000명에 달해, 2년 반 사이에 25.3%나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는 8% 늘었는데, 20대는 3배나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청년들은 급전 마련을 위해 불법 사금융을 노크하고 있다.

빚을 갚으려면 제대로 된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일자리 상황은 막막하기만 하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5.1%로, 17개월째 하락세다. 최근 전체 고용 상황은 개선되고 있지만 유독 청년들 일자리만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기껏 일자리를 구해도 임시직, 계약직 등 소득이 낮고 불안정한 것이 대부분이고, 대기업의 경력직 선호로 양질의 신입 일자리를 얻기는 점점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가 급증한 것은 손쉽게 큰돈을 벌겠다는 일부 젊은이의 욕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취업 실패에 절망한 청년들이 고소득 일자리를 준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간 면도 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일부 젊은이가 부채를 탕감해준다는 약속에 캄보디아행을 택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불안한 일자리와 소득, 치솟는 주거비와 생활비, 불어나는 빚은 형편이 어려운 청년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청년들을 위해 정부는 채무조정과 신용회복 등 맞춤형 지원에 나서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꿈을 잃은 청년들이 ‘캄보디아의 덫’에 걸리도록 방치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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