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업체 노조가 직접 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하는 것을 허용하고, 불법 파업에도 노조의 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자동차나 조선업체는 1년 내내 수백, 수천 개 협력업체의 교섭 요청에 응하느라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해질 판이다. 노동쟁의 범위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으로 확대된다. 임금·근로시간뿐만 아니라 구조조정, 공장 이전, 해외 투자 등 사실상 모든 경영 행위가 파업 사유가 되는 셈이다.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투자 결정까지 파업 대상이 되는 법을 만든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노사 관계와 기업 경영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게 뻔한데도 양대 노총이 기존에 논의된 것보다 ‘더 센 노란봉투법’을 요구하자 민주당이 수용한 결과다. 오죽했으면 국내에 진출한 유럽계 기업 단체인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안”이라며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문을 냈겠나.
민주당은 또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담은 2차 상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더 더 센’ 상법까지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한다. 1차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보완할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이나 배임죄 축소·폐지 논의는 제쳐두고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우리 기업을 무방비로 노출시킬 법안을 추가로 밀어붙이는 것이다.8개 경제단체는 “참담한 심정”이라며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두 법안을 재검토해 달라고 재차 호소했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면서 경제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경쟁국들처럼 관세를 내린다 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사라져 한국산 제품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발 관세 폭풍이 몰아치는데 벼랑 끝에 선 우리 기업들을 등 떠미는 입법 폭주를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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