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부업에 돈 대고 2.5조 번 1·2금융권… 결국 서민 눈물 젖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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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수렁’에 빠진 자영업자, 신용이 낮은 청년층이 고금리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 1·2금융권이 대부업체에 종잣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6년간 1·2금융권이 대부업체에 빌려준 금액은 38조1998억 원이고, 이를 통해 거둔 이자 수익은 2조5400억 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이 대부업체에 빌려준 금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3년부터 급증했고 올해 8월까지 대출 규모는 이미 지난해 수준에 근접했다. 대부업체가 자기 자본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급전 수요가 밀려들자 1·2금융권으로부터 종잣돈을 빌리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빚으로 버텼던 자영업자들이 고금리·고물가로 경기 침체가 길어지자, 다중 채무자가 되어 대부업체를 찾는 현실이 그 배경에 있다.

종전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과 달리 시중은행, 국책은행 등 1금융권은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는 일이 거의 없었다. 고금리 대부업에 돈을 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 이런 관행을 깨면서 시중은행이 대부업체에 빌려준 돈도 6년간 1조3000억 원을 넘어섰다. 우리은행이 3947억 원으로 대부업체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줬고, 이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1670억 원을 빌려줬다. 대부업체들은 은행에서 싸게 빌린 돈으로 서민에게 고리 대출을 내줬고, 은행들은 연체 부담 없이 가만히 앉아서 이자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국내 은행 순이익은 22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건전성을 강화한다며 서민 대출을 조여 온 은행들이 대부업체 대출은 그 규모를 늘렸다. 대부업체는 1·2금융권에 비해 훨씬 높은 금리로 대출을 운용한다. 1·2금융권이 대부업체들에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의 상당 부분은 서민들의 ‘눈물 젖은 돈’인 것이다.

1·2금융권은 대부업체를 끼고 쉬운 돈벌이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저금리 서민금융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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