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란봉투법 틈타 4년 만에 등장한 골리앗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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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9.11 17:28 수정2025.09.11 17:28 지면A35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4년2개월 만에 크레인 점거 이른바 ‘골리앗 농성’이 벌어졌다는 소식이다. 노조원 20~30명이 그제 40m 높이 크레인 위에 올라가 ‘총파업, 총투쟁’ 현수막을 내걸었다. 고공 점거는 강경 투쟁의 상징이다. 그동안 골리앗 농성이 자취를 감춘 것은 법적·재정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크레인 점거는 업무방해·건조물 침입 등 불법 행위로 처벌 대상이다. 2021년 농성 당시 참가자 일부가 검찰에 송치됐고, 사측은 수백억원대 손해배상을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법 시행은 내년 3월부터지만, 이미 기업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정치·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됐다. 노조는 기본급·성과급 요구를 넘어 HD현대미포 합병에 따른 직무 전환, 해외 법인 이익 배분 등 경영상 판단에까지 개입하려 하고 있다. 이 역시 근로조건에 한정됐던 파업 사유를 경영상 판단으로까지 확대한 노란봉투법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조선업의 신뢰와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파업 장기화로 납기에 차질을 빚는다면 HD현대중공업은 계약금의 5~10%를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 대미 무역 협상의 핵심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노사 갈등으로 생산 안정성이 흔들린다면 미 해군은 군함 건조·유지보수를 맡기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이는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한·미 동맹의 근간까지 흔들 수 있다.

이미 자동차·철강·정보기술(IT) 업종에서도 노조의 강경 투쟁이 확산하고 있다. 법 시행 전부터 산업 전반이 몸살을 앓을 조짐이다. 정부와 국회는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손해배상 제한과 경영상 판단의 쟁의 범위를 합리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노동계 입장만이 아니라 경제계 우려도 균형 있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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