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성한 26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중동전쟁 발발 한 달 남짓 만에 이례적으로 빠르게 마련한 추경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이번 추경을 “국민의 삶을 지켜줄 방파제”라고 규정하며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호르무즈해협이 막힌 지 한 달을 넘어서면서 고유가와 공급망 불안이 민생과 산업 현장으로 번지고 있다. 나프타 공급 차질로 석유화학 공장은 가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정유사는 비축유 지원에 기대어 버티는 처지다. 고환율로 인한 금융시장 변동성도 기업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이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 대통령은 “현재 위기는 소나기가 아니라 거대한 폭풍우와 같다”고 강조했다. 위기 대응의 기본은 속도다. 정부와 여당이 10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문제는 정부안이 ‘전쟁 추경’의 취지에 걸맞게 짜였느냐다. 정부안을 들여다보면 에너지 가격 충격 완화, 공급망 안정, 취약계층 보호 등 긴급 대응 항목 외에도 소비 진작성 할인 사업과 중장기 정책사업까지 망라돼 있다. 공연·숙박·영화·휴가 4대 분야 할인쿠폰,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햇빛소득 마을 700곳으로 확대,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 4000억원 투입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 상황을 타개할 긴급 처방으로 보기엔 시급성이 떨어진다.
소득 하위 70% 국민 약 3600만 명에게 1인당 10만원에서 최대 60만원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도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라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선거 추경’이라는 논란이 나온다.
전쟁 추경안은 그 취지에 맞게 고유가 충격으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과 농어민, 물류·수출기업, 원자재 공급 불안에 흔들리는 산업현장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25조원이 넘는 초과 세수를 활용해 ‘빚 없는 추경’을 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일시적 세수 증가를 전쟁 추경 예산에 다 넣는 것이 적절한 재정 운용인지는 의문이다. 추경 편성이 정부 몫이라면 적절한 심사와 선별은 국회의 책임이다. 추경안의 신속 처리에 협력하되, 전쟁 위기와 직결되지 않는 항목은 냉정하게 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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