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훈식 “대통령 눈 너무 높다”… 李 이런 말들엔 귀 꽉 닫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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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2일 장관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님의 눈이 너무 높으십니다”라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이번에 시작하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통님(대통령)의 안목에 대한 신뢰를 함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도 했다. 지난주 마무리한 장관 인선이 이 대통령의 높은 안목의 결과였다고 칭찬한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아첨도 적당히 하라”는 비판이 나왔다.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통령의 최고위 참모가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문회를 앞두고 후보자들은 제자 논문 표절, 보좌관 갑질, 이해충돌, 농지법 위반, 편법 증여, 부동산 투기 등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여당 내부에서마저 청문회에서 내놓는 소명이 납득이 안 되면 낙마를 고려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인데, 대통령 비위만 맞추는 듯한 이런 언사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할 국정의 조정자이자 핵심 실세다. 그런 비서실장부터 대통령 심기 경호에 이렇게 신경 쓰면 장관이나 다른 참모들은 더더욱 대통령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국정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거나 쓴소리를 하는 대신 국정의 병풍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역대 정부에서 이런 일은 어김 없이 국정의 실패로 이어졌다. 참모들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당일까지 장밋빛 보고만 하다 참담한 결과를 받아든 윤석열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의 불만을 뻔히 보면서도 직언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취임 초 성과를 위해 정책 속도전을 벌이는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대통령은 참모들이 달콤한 스피커가 아니라 거북스럽더라도 민심의 실상을 전하는 안테나가 되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60%대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면 초심을 잃고 오만과 독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이런 식의 듣기 좋은 말에는 귀를 꽉 닫아야 5년간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후보자가 있다면 교체도 결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출발은 정확한 보고와 냉정한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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