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뭄·홍수 대비 댐 계획이 정권 따라 뒤바뀌는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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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01 17:26 수정2025.10.01 17:26 지면A31

환경부가 지난해 7월 추진을 결정한 기후대응 신규 댐 14곳 가운데 수입천댐(강원 양구) 등 7곳의 건설을 중단하기로 그제 결정했다. “홍수와 가뭄 대응 효과가 크지 않고 주민 반대가 크다”는 것이 백지화 이유다. 환경부는 지천댐(충남 청양) 등 나머지 7곳에 대해서도 향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추진 여부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불과 1년2개월 만에 댐 건설 계획을 뒤집은 결정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과학적 검토를 거쳐 나온 것인지 의문이다. 14개 댐 건설은 2년4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마련된 정책이다. 2022년 봄 광주·전남 지역에서 반세기 만에 가장 긴 227일간의 가뭄이 닥치면서 댐 건설 구상이 시작됐다. 같은 해 가을 태풍 힌남노로 포스코 제철소의 가동이 상당 기간 중단되면서 전국 차원의 치수(治水)대책이 절실해졌다.

새로 지어지는 댐은 댐별로 한 번에 최대 220㎜의 비가 오더라도 담아둘 수 있고, 14개 댐 전체에서 연간 2억5000만t의 물을 내보낼 수 있어 홍수와 가뭄에 모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대로 된 댐이 있었다면 올해 강릉에서의 가뭄 피해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대규모 용수가 필요한 첨단 산업 지원을 위해서도 댐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환경부는 그러나 김성환 장관이 취임한 지난 7월 이후 두 달 남짓 검토만으로 신규 댐 건설 중단을 결정했다. “홍수와 가뭄에 도움이 안 되고 주민도 원치 않는 신규 댐 추진을 폐기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맞춰 전 정부 정책 철회를 서둘렀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댐 건설 계획은 정권에 따라 수립과 폐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의 계획은 문재인 정부 때 폐기됐고, 윤석열 정부의 계획은 현 정부에서 무산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첨단 산업을 지원해야 할 국토 개발이 정권 입맛에 따라 뒤집혀선 곤란하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정치적 지향을 떠나 과학적 판단에 바탕을 둔 국가백년대계를 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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