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1시간 20분간의 오찬 회동 뒤 장 대표와 30분 동안 첫 단독 회담을 이어갔다. 여야 대표에겐 “여야가 국민들 보기에 너무 과하게 부딪히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정 대표를 향해선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좀 더 많이 내어주면 좋겠다”며 정치적 양보를 주문했고, 정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대표 선출 이후 한 달 넘게 국민의힘과 상견례조차 거부해 온 정 대표가 장 대표와 웃으며 처음 악수하는 장면도 있었다.
단독 회담에선 장 대표가 검찰청 폐지 등에 우려를 표시하자 이 대통령이 야당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3대 특검 연장,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 대법관 증원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선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회동은 여야가 서로를 없애야 할 정적 취급하는 대화 실종 상황에서 이뤄졌다. 먼저 회동을 제의한 이 대통령이 장 대표의 별도 단독 회담 요구를 수용하며 성사됐다. 회동에서 이 대통령은 야당 의견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고, 반목을 거듭하던 여야 대표도 일단은 서로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여야가 대결에서 대화로 국면을 전환할 최소한의 계기는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관건은 어렵게 만든 실낱같은 정치 복원의 기회를 실제 여야 협치로 이어가느냐다. 이 대통령은 취임 18일 만에 열린 여야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여야 공통 공약의 실천을 제안했다. 이후 여야가 민생공약협의체 출범에 합의했지만 그 뒤로 2개월 동안 여야 간 충돌 속에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날 ‘소통의 창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3자 회동이 2차, 3차로 이어지며 정국의 막힌 곳을 실제로 뚫는 통로가 돼야 한다. 회동에선 웃으며 헤어진 뒤 얼마 안 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극한 대립하는 악순환이 반복돼선 안 된다.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