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규제 완화 ‘일단 돼’로”… 발 묶인 법안 처리 서둘러야

3 weeks ago 11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공직사회를 향해 “‘일단 안 돼’라고 할 게 아니라 ‘일단 돼’라는 쪽으로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 편의주의적 업무 처리 관행을 지적하면서 근본적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침체된 경제의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위해선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문제의식이 조속한 효과를 내기 위해선 국회에 발 묶인 급한 규제 법안부터 먼저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16일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공무원이 미리 답을 정해놓고서 ‘이건 안 돼’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 금지해야 하는 것만 아니면 웬만큼 다 허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바이오·에너지·문화 등 공무원들이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분야에서 최대한 규제를 풀어 관련 산업을 활성화할 방법을 고민하라는 지시였다.

문제는 공무원들의 마음가짐을 바꾸는 것만으로 기업들이 체감할 만한 규제 혁신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 관련 법안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야가 발의한 법안만 9건이나 되는데,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조항 같은 중대한 규제 완화 방안들이 담겨 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추락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인데도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최근 이 대통령이 벤처산업 육성을 위해 강조한 ‘금산(金産) 분리 규제’의 완화도 관련 법 개정 없인 실행될 수 없다.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대통령의 당부를 얼마나 실천에 옮길지도 관건이다. 공무원들은 규제가 풀린 영역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우려해 규제 완화에 기본적으로 소극적이다. 독점적·배타적 권한의 원천인 규제를 자발적으로 없앨 유인도 부족하다. 허용되는 사안을 법·시행령에 열거하고 나머지는 금지하는 한국적 규제 시스템을 꼭 규제할 부분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식으로 바꾸려던 노력이 매번 실패한 이유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의 성장률을 1.1%, 미국은 2.0%로 내다보면서 한국은 0.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 족쇄를 없애도록 공직사회를 독려하는 동시에 입법 작업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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