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마스가 빌미로 韓 기업 제재…정부, 적극 대응 나서야

중국 정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5개 자회사와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를 그제 발표했다.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인 ‘마스가’(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한화오션이 협력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추석 연휴 직후부터 무역 관련 강 대 강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지난 9일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기로 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100% 추가 관세 부과로 맞대응했다.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는 미국이 중국 선박에 대한 항만 수수료 부과를 개시하기 직전 발표됐다. 미국에 협조해 중국 국익을 해치는 외국 기업은 불이익을 주겠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어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을 비판하며 식용유 수입 중단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한화오션 미국 계열사들은 중국과 직접적인 교류가 없어 당장 큰 피해는 없다고 한다. 문제는 이번 제재가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미·중 무역전쟁 진행 상황에 따라 제재 범위와 대상은 언제든지 확대될 수 있다. 본사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중국에서 후판과 각종 기자재를 조달하는 한화오션은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반도체, 자동차, 인공지능(AI) 등 다른 첨단 산업으로 제재가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한화오션 제재는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화오션을 협상 카드로 삼으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미·중이 판을 키우는 사이 애꿎은 우리 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 문제로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중국발 제재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설상가상에 처할 게 뻔하다.

이미 우리 경제는 영향을 받고 있다. 이달 1~10일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3.4% 급감했고 조업일수를 감안해도 하루 평균 11.1%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3.2%)를 상향 조정하면서 유독 한국의 전망치를 적게(0.1%포인트) 올린 것도 관세 불확실성 우려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경제와 산업이 더 이상 휘둘리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