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CCTV가 증언한 그날 밤 진실… 모두 여태 국민 속인 게 더 충격

3 weeks ago 10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 2차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실 CCTV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 2차 공판에서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실 CCTV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12·3 비상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한 국무위원들의 증언이 총체적으로 거짓이었음을 보여주는 충격적인 폐쇄회로(CC)TV 영상이 13일 공개됐다.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이 계엄에 반대했다는 말도 거짓이었고, 계엄 관련 문건을 보지 않았다는 증언도 거짓이었다. 한 나라의 총리이고, 장관이었던 인물들이 계엄 후 10개월이 넘도록 온 국민을 상대로 낯 두꺼운 거짓말을 해왔음을 똑똑히 확인해 주는 모습들이 CCTV 영상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언론사의 단전·단수 문건 등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는 모습에서는 섬뜩함이 느껴질 정도다.

지금까지 한덕수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이유가 국무위원들과 함께 계엄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CCTV에 찍힌 모습은 정반대였다. 국무회의는 국무위원들에게 계엄 관련 문건을 다 돌리기도 전에 끝났고, 그 직후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이동하는 윤 전 대통령의 앞을 막은 국무위원은 단 한 명도 안 보였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을 따라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무언가 빠뜨린 듯 돌아오자 얼른 책상 위의 관련 서류를 건네기까지 했다. 심지어 한 전 총리는 부서(副署)에 반대하거나 망설이는 국무위원들을 설득하기까지 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국무회의에서 계엄 관련 문건을 받지 않거나, 읽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건넸다는 등의 주장들도 하나같이 거짓이었음을 CCTV는 증언하고 있다. 한 전 총리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먼저 대통령실에 도착한 6명은 국무회의 시작 전 윤 전 대통령이 준 서류를 돌려 봤다. 나중에 온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도 윤 전 대통령이 직접 건네준 문건을 주의 깊게 읽었다.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은 국무위원들이 떠난 뒤에도 단둘이 남아 약 16분간 서로 갖고 있는 문건을 양복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며 논의하는 장면도 촬영됐다.

이들에게는 윤 전 대통령의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막을 책무가 있었다. 하지만 CCTV 영상을 보면 대다수가 이 같은 책임을 다하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방조나 공모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과 관련해서는 지난 10개월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검찰과 경찰의 수사, 특검의 수사, 법원의 재판 절차가 잇따라 진행됐다. 마음만 있었다면 그날의 진실을 국민 앞에 털어놓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명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책임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데만 급급했다. 이런 인물들이 우리나라 최고정책심의기구인 ‘국무회의’ 의석을 채우고 있었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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