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복순' 시나리오를 보고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길복순'의 스핀오프 작품이라니 '사마귀'를 안 할 이유가 없었죠."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는 '길복순'의 스핀오프 작품이다. MK 대표 차민규(설경구)의 대사 속 "사마귀도 돌아오면 세대교체 해야지"라는 언급에서 출발했다. 긴 휴가에서 돌아온 A급 킬러 사마귀(임시완)와 그의 동기이자 라이벌 재이(박규영), 은퇴한 레전드 킬러 독고(조우진)가 살인청부업계의 1인자 자리를 두고 벌이는 피의 경쟁을 그려낸다.
10월 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이태성 감독은 "젊고 실력으로 인정받은 인물이 잘 다니던 회사가 기울었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길복순', '경관의 피', '더 킹' 등 다양한 작품에서 조감독으로 내공을 다져온 그는 이번 작품으로 첫 연출에 나섰다.
공개 직후 '사마귀'는 글로벌 TOP 10(비영어 영화) 부문 3위에 올랐다. 이 감독은 "실감은 안난다. 감개무량하다"고 웃으며, "부담은 당연히 된다. '길복순' 자체가 너무 잘 됐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후속작이다 보니 부담감은 여전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감독은 '길복순'을 만든 변성현 감독과 각본부터 함께했다. 그는 "길복순이 발표가 되고 변 감독이 바쁘셨다. 그 사이에 저희 제작사 대표가 제안을 해주셔서 먼저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4~5개월 뒤에 변 감독이 합류했다"고 말했다.
초고 단계에 대해 이 감독은 "사마귀라는 이름과, '사마귀가 돌아오면 세대 교체해야지' 정도의 대사밖에 없었다. 세대가 젊어지는 구나라는 지점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변 감독과 함께 각본 작업을 진행했다. 그는 "변 감독과 제가 공통으로 킬러 영화 같은 데서 '복수'라는 키워드를 빼자고 했다. 너무 확실한 동기부여인데, 우리는 복수를 빼니까 순수한 접근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길복순' 시나리오 처음 받았을 때 받은 시나리오가 몇 개 있었다. 그런데 길복순에 매료가 됐다. 나머지 작품은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님에게 2주를 기다려도 연락이 안 와서 '안 오면 어떡하지' 하고 있었는데, 함께 하자는 연락을 받고 굉장히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길복순은 ''근래 받은 시나리오 중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던 작품'이었다. 끝까지 다 본 시나리오였다. 하고 싶은 영화를 했고, 거기에 대한 스핀오프 작품 제안이었기 때문에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사마귀'는 '길복순'과 차별된 지점을 '젊음'에 두었다. 이 감독은 "젊음이라는 키워드가 매력적이었다. 젊을 때 실수도 많고, 그로 인해 성장을 많이 한다. 그런 지점들이 매력적이라 잘 살려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길복순'의 세계관을 계승하는 데 염두에 둔 부분에 대해 이 감독은 "세계관을 영화 곳곳에 배치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초반에 설명하고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방식이 있는데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극 중 사마귀와 재이의 멜로라인은 호불호가 갈렸다. 이 감독은 "멜로라인은 쿨하게 가고 싶었다. 요즘 친구들은 감정에 딥하게 들어간다기보다 저희 때보다 담백하고 쿨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멜로라인을 부각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에 대해 변성현 감독과 이야기 많이 했다. 제 나이대 분들이 보시면 멜로 라인을 보고 싶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젊은 분들은 이 정도에서 쿨하게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임시완은 앞서 '사마귀' 출연에 대해 "운명이다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감독은 "'길복순' 때 카메오 부탁을 했는데 그 부분을 차용하지 못했다. '길복순이 잘 되고 '사마귀' 준비했고 기다리고 믿어주고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재이 역 박규영에 대해선 "제작사 대표 추천으로 알게 됐다. 영화를 해본 적이 없으셨는데,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함께 했다. 감정이 중요한 캐릭터라 적격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독고 역 조우진은 늦게 합류했다. 이 감독은 "독고는 영화를 끌고 가는 느낌이다. 분량은 사마귀와 재이에 비해 많지 않지만, 중심에서 역할을 다했다. '더킹' 때 현장에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는데 시기가 오래되어 기억 못할 줄 아셨는데 기억하시더라"고 떠올렸다.
아울러 "제안을 하고 미팅하는데 '사실 오늘 승낙하러 왔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쾌재를 불렀다. 최고의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임시완은 앞서 인터뷰에서 액션에 대해 아쉬움을 털어놓으며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와이어 없이 아크로바틱으로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임시완은 엄청 열심히 하는 배우다. 다치면 어떡하나 싶은 정도로 연습했다. 어떤 배우든 아쉬움은 남지만, 저는 만족한다"고 했다. 이어 "임시완은 전작들을 보면 아시다시피 선수가 될 때까지 연습하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박규영의 액션은 이 영화의 백미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사마귀와 재이의 관계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에서 착안했다. 선천적 천재와 노력형 천재의 대비"라며 "재이는 감정이 묻어나는 액션이다. 무술감독에 감정이 보이는 액션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얘네들이 움직이는 동력이 감정만으로도 가능하다고 봤다. 복수라는 키워드도 빼고, 사건도 빼고 싶었다. 연인들이 큰 사건이 아니라 사소한 일로 싸우듯, 그런 감정선만으로 도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또 "길복순 스러운 미장센을 하자는 이야기는 없었다. 사마귀만의 채도를 구축해야 했다. 미술이 부족하면 조명으로 메꿔야 하는데, 그런 스타일은 아니어서 각 부서가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주기를 부탁했다"고 전했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유머는 긴장된 전개 속에서 숨 쉴 틈을 준다. 특히 후반부 '스님' 캐릭터는 무술감독이 직접 연기했다고. 이 감독은 "나이가 있는데 액션도 되어야 해서 캐스팅이 어려웠다. 그런데 무술감독이 본인이 머리를 밀겠다며 열정을 보였다. 촬영할 때 롱테이크로 바꿨는데 일곱 테이크까지도 버텨낼 수 있겠다더라. 대단하다"고 웃었다.
'사마귀'는 마지막에 후속작을 기대하게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이 감독은 "'사마귀'를 사랑하고 예뻐해 주시면 (후속작) 가능성이 열려있지 않겠나"라며 "하지만 '사마귀'를 완전히 끝내기 전까지는 시나리오를 하지 않겠다. 결국 놔줘야 할 때가 올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감독은 "사실 저는 웃긴 사람이다. 진짜다. 감독이 되고 잘 웃지도 못하고 웃기지도 못하게 됐다. 뭔가 변화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획은 없지만 써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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