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 ‘외향형’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고, 광범위하게 삶에 지장을 일으키는 ‘회피성 성격장애’를 교정할 방법은 무엇일까. 회피성 성격은 타인과의 만남이나 깊은 대인관계를 피하고, 가까운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사회적 상황들을 다 회피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친밀한 관계를 바라지만, 거절이나 비판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커 결국 다가가지 못하고, 자괴감에 낮은 자존감과 우울감이 흔하게 동반된다. 이들은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기에 이 핵심 생각에 대한 교정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이 들 때는 내 생각의 흐름이 보이게 글로 적어 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는 진료실에서 실제 사용하는 치료 기법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에 대한 근거와 그 근거의 신뢰도를 적어 본다.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내가 가진 불안을 상대방에게 투사하며 만들어진, 근거 없는 느낌일 뿐이다.
또한 내가 아닌 가까운 친구가 이런 회피성 성격의 말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말해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적어 보기도 한다. 그런 친구가 한심하다며 비난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대신 이런 글들을 남긴다. ‘너는 나쁘거나 잘못된 사람이 아니야. 그저 불안을 줄이는 방법으로 회피를 선택해 온 것이지.’ ‘그런 불안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구나.’
매번 회피하는 자신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자기비난에 길들여진 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금씩 변화를 겪는다. 스스로를 향해 따뜻한 말을 건네는 시도가 시작된다. 또한 마냥 불안과 자신을 동일시했던 이들이 불안을 분리시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사실 불안은 누구에게나 있어 필수적인 감정이며, 없애려 노력한다고 해서 사라지지도 않는다. ‘불안해하면 안 돼!’라고 다짐할수록 불안에 더 옭매인다. 대신에 ‘불안이라는 감정에 또 잠겼구나. 나를 지키려는 시스템이 다소 과도하게 작동했구나. 그러면 이 경보를 끄기 위해 심호흡부터 해볼까?’라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시각을 돌려야 한다.
최종적인 극복을 위해서는 결국 불안한 상황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의 수많은 부정적 경험들 위에 긍정적 경험들을 하나씩 덧칠해 나가는 것이 변화의 핵심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실수를 범한다. 두려움을 이겨내야만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가장 힘든 상황을 상정하고 부딪히려는 시도를 할 때가 많다. 이는 하나같이 실패로 끝난다. 단계적 노출이 중요하다. 가장 쉬운 단계부터 시작해서 작은 성공의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회의에서도, 회식에서도 숨지 않는 자신감 있는 모습을 오늘부터 보여주겠어!’라고 마음먹기보다는, ‘오늘 점심 때 동료에게 식사 맛있게 하라는 인사 건네기’ 같은 작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2017년 팟캐스트를 시작으로 2019년 1월부터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을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9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29.1만 명이다. 에세이 ‘빈틈의 위로’의 저자이기도 하다.
김지용 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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