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는 총 25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통해 경영권이 변경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증자 방식은 20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 및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이다.
증자 완료 이후 브릿지바이오의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이정규 대표에서 파라택시스 홀딩스의 (Parataxis Holdings LLC)의 계열사인 파라택시스 코리아 펀드 1호 유한회사(Parataxis Korea Fund 1 LLC)로 바뀌게 된다.
회사 측은 “최대주주가 될 파라택시스의 풍부한 디지털 자산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기관투자자 중심의 비트코인 트레저리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자 및 향후 파라택시스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이슈를 포함한 상장 유지 관련 주요 이슈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개발 중인 BBT-877을 포함한 핵심 임상과제의 사업개발 활동은 이정규 대표와 바이오 사업 부문 핵심 인력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3월 법차손 요건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2개 사업연도 연속으로 법차손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상 이 요건을 해소하지 못하면 관리종목 지정에 이어 1년 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직행하게 된다. 이번 자금 조달로 관리종목뿐만 아니라 상장폐지의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파라택시스는 제약·바이오 산업과는 거리가 먼 투자자다. 디지털 자산(암호화폐 등) 분야에 특화된 멀티스트래티지(다전략) 투자 운용사다. 2019년에 설립돼 뉴욕과 뉴저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다양한 헤지펀드와 투자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파라택시스의 공동 설립자인 에드워드 친(Edward Chin) 대표는 2019년 회사를 설립하기 전, 디지털 자산 전문 투자은행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에서 투자은행가로 활동했다. 그 전에는 리먼브러더스 등을 거치며 10년 넘게 기술·미디어·통신 산업을 담당한 투자은행가였고, 미국 육군 장교 출신이다.
브릿지바이오가 제약·바이오 업계 투자자 유치에 실패한 배경에는 잇따른 임상 실패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릿지바이오는 지난 2023년 2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BBT-401은 글로벌 임상 2a상에서 위약군이 투약군보다 치료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어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BBT-877도 기대를 저버렸다. BBT-877은 2019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 됐지만, 2020년 독성 우려로 권리가 반환됐다. 이후 브릿지바이오가 자체 임상을 진행했으나, 지난달 발표된 글로벌 임상 2상 탑라인 결과에서 위약군이 투약군보다 더 나은 효능을 보여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브릿지바이오 투자자들은 임상 부진 이후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특히 지난 3월 DS투자증권은 BBT-877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전제로 브릿지바이오를 제약·바이오 섹터의 최우선 추천 종목(Top Pick)으로 제시했다. 이에 기대감이 높아지며, 5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한 달 만에 88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실제 임상 결과는 기대와는 정반대로 나왔고, 주가는 90% 넘게 급락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