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의약품으로 암 정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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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쳐켐 부산 기장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방사성의약품 연구를 하고 있다. /퓨쳐켐 제공

퓨쳐켐 부산 기장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방사성의약품 연구를 하고 있다. /퓨쳐켐 제공

‘방사성’이라는 말은 흔히 위험하거나 유해하다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집니다. 하지만 의료 분야에서는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해 암을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방사성의약품’은 약 안에 방사선을 내는 물질(방사성동위원소)을 소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암 환자에게 투약하면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특정 암세포에 도달해 그 자리에서 방사선을 방출합니다. 몸속에서 정밀하게 암세포만 타격하는 셈입니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는 병원 장비를 이용해 몸 바깥에서 고에너지 방사선을 쏘는 방식입니다. 암세포를 파괴하긴 하지만 주변 정상 조직도 함께 노출돼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반면 방사성의약품은 약 안의 방사성 물질이 암세포 근처에서만 방사선을 내뿜도록 설계돼 주변 정상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부 방사선 치료’ 또는 ‘표적 방사선 치료’라고도 불립니다.

어떻게 암세포만 골라 찾아갈 수 있을까요? 여기에는 ‘표적 분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암세포 표면에는 다른 세포에 없는 특정 단백질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사성의약품은 이 단백질을 인식하는 분자(항체, 펩타이드 등)를 길잡이로 삼아, 약이 원하는 위치에만 도달하도록 합니다. 즉 방사선을 품은 ‘택배 상자’에 ‘정확한 주소’를 붙여 특정 집(암세포)에만 배달되는 방식입니다. 목표한 집에 도달하면 방사성동위원소가 방사선을 방출해 암세포를 파괴합니다.

이 같은 구조의 방사성의약품은 미국 스펙트럼파마슈티컬스의 제발린(혈액암), 스위스 노바티스의 루타테라(신경내분비종양)와 플루빅토(전립선암)가 있습니다. 이 중 플루빅토는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이후 가장 성공한 방사성의약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방사성의약품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블록버스터로 올라섰습니다. 플루빅토의 성공을 기점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도 적극적으로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퓨쳐켐이 국산 1호 방사성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전립선암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FC705’는 임상 2상에서 경쟁사 대비 우월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임상 3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완료했습니다.

방사성의약품은 암세포를 정밀하게 타격하는 차세대 표적 치료제입니다. 앞으로 신약 개발 결과가 축적되고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 수많은 암 환자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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