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으로 놀려도 끄떡 없지, '강철멘털' 유노윤호의 22년 [종합]

4 days ago 3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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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적으로 일찍 냈으면 더 좋았을 수도, 인기도 많았을 수도 있지만 음악적 범위도 넓어졌고, 경험도 많아진 지금이라면 유노윤호, 정윤호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모습 그대로 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룹 동방신기 유노윤호의 음악적 정체성과 인간 정윤호의 내면을 동시에 담아낸 22년 차 아티스트의 '진짜 이야기'가 나온다.

유노윤호는 데뷔 22년 만에 첫 솔로 정규앨범을 발매하며 또 한 번 자신만의 열정을 증명한다. 5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노윤호는 정규 1집 'I-KNOW' 발매 소감과 함께 지난 20여 년의 시간을 응축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번 앨범은 2004년 데뷔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솔로 정규 앨범이다. 그는 "저는 동방신기에서 노래 파트가 제일 적었던 멤버였다. 이제 솔로로 인사드릴 만큼 노래 레인지도 넓어졌고, 무대에 대한 고충과 고민을 털고 자리를 잡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경험이 쌓인 지금이니까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고, 저라는 사람에 대해 진솔하게 말할 수 있는 시점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군 복무 시절부터 기획해온 이번 앨범은, 오랜 시간 준비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는 22년간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비결에 대해 "인기에 취하는 편은 아니다. 제 페이스대로 꾸준히 갔다. 잘 안될 때는 타이밍이 아니겠지라고 생각하고, 버티고 또 버텼다"고 털어놨다. 이어 "올해 축하할 일도 많고 바빴던 한해였는데 타이밍이 맞아떨어졌고 좋은 기회라 생각해 아티스트로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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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다큐멘터리' 콘셉트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외부 시선에서의 아티스트 유노윤호(페이크)와 인간 정윤호(다큐)의 양면을 짝지어 표현했다.

유노윤호는 "'페이크&다큐멘터리' 부분은 공연하게 되면 좋은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제 원동력은 팬들이다. 오늘 이렇게 호흡하고 느낀 점을 일기장에 적는데 그게 또 새로운 앨범의 형태가 된다. 저만의 리얼리티 쇼"라고 강조했다.

유노윤호를 움직이게 하는 건 호기심이다. 그는 "내가 여기서 만족할까, 아니면 새로운 방향을 찾아볼까. 그 호기심이 원동력이고, 그 발현은 팬 여러분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사연이 있는 팬분들이 응원을 해주러 온다. 그분들과 소통하다 보면 더 많은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에는 엑소 카이와 아이들 민니 등 후배 아티스트들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카이와의 협업에 대해 그는 "이렇게 욕심이 많은 친구인 줄 몰랐다. 매력적인 미성을 가진 친구"라며 "일부러 어려운 파트를 줬는데 끝까지 해내더라. 퍼포먼스에서 강한 친구지만 팬들이 카이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민니에 대해서는 "특유의 목소리에 어두움이 있는데, 곡을 녹음할 때 그 목소리가 곡을 더 고급스럽게 만들더라. 그리고 애교가 정말 많다. 사진 잘 찍는 법도 배웠다. 저는 늘 엄지 아니면 브이였는데, 고양이 포즈나 리본 하트 같은 걸 알려줬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눈여겨보는 후배 아티스트로 배진영을 꼽았다. 그는 "아이 같던 친구가 이제는 남자가 돼 무대마다 다르게 표현하더라. 또 많은 분이 기대하시는 비 선배님과도 언젠가 멋진 무대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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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노윤호는 이번 앨범을 통해 '정윤호'라는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유노윤호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정윤호라는 이름으로는 활동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고등학교 때 이후 유노윤호로만 살아왔죠. 찬란하고 순수했던 시절의 저를 잃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정윤호의 부분을 강하게 담고 싶었습니다."

그는 만 30대의 마지막을 맞이하며 "지금 제 나이대가 어느 회사든 중간 이상의 책임을 지는 나이대"라며 "고민이 많아질 때인데 동년배들이 저를 보며 '나도 해낼 수 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모두 힘내십시오!"라고 응원했다.

유노윤호 정규 1집 'I-KNOW'는 총 10곡이 수록됐으며, 더블 타이틀곡 'Stretch'와 'Body Language'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사운드를 담았다. 인트로곡 'Set In Stone'으로 시작해 'Body Language', 'Spotlight2', 'Waterfalls (Feat. 카이)', 'Leader', 'Premium (Feat. 민니)', 'Fever', 'Let You Go', 아웃트로 '이륙 (26 Take-off)'까지 이어진다.

타이틀곡 'Stretch'는 강렬한 일렉트로닉 사운드 위에 읊조리듯 전개되는 보컬이 인상적인 팝 곡이다. 춤과 무대에 대한 내면의 감정을 담았으며, 스트레칭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안무로 퍼포먼스 완성도를 높였다. 뮤직비디오는 'Body Language'와 연결되는 구조로,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하는 유노윤호의 모습을 그리며 긴장감 넘치는 서사를 완성했다.

유노윤호는 타이틀곡에 대해 "윤호가 SMP라는 장르를 가지고도 진화하고 있다고 느낄 것 같다.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스트레칭 동작을 안무에 넣어봤다. 무대를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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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노윤호는 2021년 발매했던 '땡큐'(Thank U) 라는 곡이 역주행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곡은 발매 당시 높은 성적을 올리진 못했으나, 올해 뒤늦게 틱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밈화 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파만파 퍼졌다.

유노윤호는 "밈으로 놀리려고 시작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유쾌하게 풀어가느냐가 중요했다"며 "그런 부분들을 잘 넘어갈 수 있게, 풀어나갈 수 있게 많은 분이 도와주시고 아껴주셔서 저도 재밌게 봤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19세 이상 시청 관람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철학적인 말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희화화가 됐다. 초등학생 조카가 있는데 저한테 '땡큐 삼촌'이라고 한다. 어딜 가도 '땡큐 형', '레슨 삼촌'이라고 하더라. 또 하나의 닉네임이 지어진 거 같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 대해 유노윤호는 "많은 분이 '드디어 네 번째 레슨 나오는 거냐'고 하셔서, 그걸 인용하자면 드디어 네 번째 레슨, '페이크&다큐멘터리' 비교해서 듣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숫자 '2'와 '6'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낸 유노윤호는 "2026년 제 생일인 2월 6일에 팬들과 만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건 아직 말할 수 없지만, 큰 거 하나 온다"고 선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앨범은 저다"라며 "인생에서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정규 1집 'I-KNOW'는 오늘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되며, 음반으로도 동시에 발매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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