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는 미래 기술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실제 환경에서 가동되고 있습니다.”
핀란드 양자컴퓨터 기업 IQM의 미코 밸리마키 공동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6일 “양자컴퓨터는 신약 개발 시뮬레이션, 금융 리스크 분석 등 기존 컴퓨터로는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수십 년이 걸릴지 모르는 연산을 단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IQM은 유럽 최초로 50큐비트(양자컴퓨터 계산 단위) 양자컴퓨터를 개발·상용화한 초전도 양자컴퓨터 개발·제조 기업이다. 헬싱키 인근 에스포에 본사를 두고 연간 20대 규모 양자컴퓨터를 양산할 수 있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5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성능으로, 양자컴퓨팅 실용화의 문턱을 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IQM은 2022년 독일 벤처캐피털 월드펀드 등으로부터 1억2800만유로(약 2080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유럽 내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누적 기준으로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밸리마키 CEO는 최근 서울시와 주한 핀란드대사관이 주최한 ‘서울 퀀텀 이노베이션 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그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 내 기술 교류 확대와 국내 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IQM은 싱가포르와 일본에 이어 다음달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국내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밸리마키 CEO는 “양자컴퓨터는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향후 10년 내 다양한 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선 “양자컴퓨터 발전을 위한 모든 기반 기술을 갖춘 나라”라고 평가했다. 초전도 큐비트부터 이온 트랩, 실리콘 양자점까지 기술적 다양성이 강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양자 기술을 전략 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이라며 “이제는 기초 연구를 넘어 제품화, 생태계 구축에 나설 때”라고 조언했다.
IQM은 한국을 아시아 시장 진출의 전략적 거점으로 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밸리마키 CEO는 “양자칩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인프라, 배터리 최적화를 위한 양자 알고리즘 적용 등 한국의 산업적 잠재력은 매우 크다”며 “한국을 포함한 기술 선도 국가들과의 협력이 IQM의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이소현/사진=김범준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