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놀라게 한 '10대 괴물'…김영범-임종언 등장에 스포츠계 '들썩'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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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세계 스포츠사를 수놓았던 명승부와 사건, 인물, 교훈까지 별의별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별별스포츠+', 역사와 정치마저 아우르는 맥락 있는 스포츠 이야기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2005년 국내 스포츠계는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수영에서는 박태환, 피겨스케이팅에서는 김연아가 거의 동시에 출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박태환은 만 15세 6개월이던 2005년 3월 제77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남자 200m에서 1분 50초 41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2004년 9월 헝가리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정상에 오른 김연아는 만 15세 2개월이던 2005년 11월 27일 깜짝 놀랄 만한 업적을 세웠습니다. 체코에서 벌어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최초로 우승하는 쾌거를 달성하며 '김연아 시대'의 개막을 알렸습니다. 두 스타는 이후 승승장구하며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선수가 수영과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 최고 선수가 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기에 국내 스포츠의 한 원로 인사는 "박태환과 김연아는 한국 스포츠의 돌연변이"라고 평가하기까지 했습니다.

키 195cm, 양팔 길이 216cm의 김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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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부터 20년이나 흐른 2025년에 한국 스포츠는 다시 흥분에 휩싸였습니다. 수영 김영범과 쇼트트랙 임종언, 두 10대 '괴물'이 거의 동시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먼저 19살인 김영범은 지난 3월 25일 경북 김천실내수영장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스위밍 챔피언십 남자 자유형 100m 결승에서 47초 98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대회는 오는 7월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2025 싱가포르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했는데 김영범은 국제수영연맹 기준기록(48초 34)도 통과해 싱가포르행 티켓을 따냈습니다.

이날 결과가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김영범의 뒤를 이어 터치패드를 찍은 선수가 황선우(48초 41)였다는 점입니다. 황선우는 서울체고 3학년이던 2021년 7월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준결승에서 한국 기록이자 당시 아시아 기록(47초 56)을 세운 이 종목 국내 최강자였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김영범의 주종목이 자유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김영범은 현재 남자 접영 100m 한국 기록(51초 65)을 갖고 있는데 지난해 6월 광주 전국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하루에 두 번이나 접영 100m 한국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습니다.

자유형 100m에서 국내에는 마땅한 적수가 없던 황선우에게 선의의 경쟁자가 생겼다는 것은 한국 수영에도 반가운 일입니다. 황선우는 경기 후 김영범의 경기력과 관련해 "시즌 초반인데도 엄청난 기록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후배가 이렇게 좋은 기록을 내는 걸 보니 저도 이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이 된다. 한국 수영이 더 올라가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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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범은 역대 최고의 체격까지 갖췄습니다. 키 195cm, 윙스팬(팔을 벌렸을 때 양 손끝 사이의 거리) 216cm로 수영 선수로서 이상적인 신체 조건을 보유한 것입니다. 과거 중국의 간판스타였던 쑨양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거한들과도 체격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셈입니다. 한국 수영 사상 이렇게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는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그의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높은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황대헌도 박지원도 제친 17살 임종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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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범 등장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빙판에서도 '빅뉴스'가 전해졌습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 나갈 쇼트트랙 국가대표를 뽑는 대회에서 '고교생 유망주' 임종언이 1위로 태극마크를 단 것입니다. 임종언은 4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끝난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남자 1,500m 1위, 500m 3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는 1차 선발전에서는 남자 1,500m 1위, 1,000m 2위를 차지했는데 1, 2차 선발전 종합 랭킹 포인트 102점을 마크해 남자부 전체 1위로 꿈에 그리던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습니다. 지난 2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1,500m에서 우승한 차세대 유망주 임종언이 성인 대표팀에 뽑힌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7살의 어린 나이로 쟁쟁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임종언에 이어 2위를 차지한 선수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 황대헌. 최근 몇 년 동안 남자 쇼트트랙 최강자로 불렸던 박지원은 아예 대표팀에 뽑히지도 못했습니다. ISU 쇼트트랙 월드투어에서 세 차례나 종합우승을 차지했지만, 올림픽 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번번이 낙방했던 박지원은 이번에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박지원은 세계 선수권, 월드투어, 아시안게임 등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많은 메달을 획득했으나 정작 올림픽 시즌 선발전마다 불운에 시달리면서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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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언의 등장이 더욱 반가운 것은 그가 기술과 체력은 물론 17살 선수라고는 믿기 힘든 레이스 운영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회의 백미는 1차 선발전 첫 레이스였던 남자 1,500m. 임종언은 레이스 중반까지 후미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아웃코스로 빠져나와 단숨에 선두를 꿰찬 뒤 전속력으로 질주했습니다. 임종언의 직전에 당황한 선배들은 뒤늦게 속도를 올렸지만 격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그는 "내 최대 강점은 체력"이라며 "코치님이 나 자신을 믿고 해 보라고 했는데, 체력이 버텨줘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기쁜 표정으로 소감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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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이변을 일으킨 임종언의 눈은 이제 내년 2월 개막하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그가 넘어야 할 상대는 단연 윌리엄 단지누(캐나다). 단지누는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낸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선수로 2024-2025 월드투어에서도 종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외국 선수 중 경쟁자를 꼽아달라는 말에 임종언은 "현재 국제대회에서 윌리엄 단지누가 월등한 기량을 펼치고 있는데,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임종언은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과 경쟁도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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