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 공항산업 전반에 걸쳐 심대한 충격을 줬다. 특히 면세점 산업은 관광객 급감, 구조적 소비패턴 변화, 온라인 채널의 확산 등 복합적 요인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관광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는데도 소비자의 구매 중심은 이미 온라인으로 이동해 오프라인 면세점 매출은 예전만 못하다.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큰 중국 시장의 회복 지연까지 겹쳐 업계는 여전히 극심한 고정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개항 이후 25년 만에 세계적인 허브공항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항공 수익 외에 안정적인 비항공 수익 구조가 있었다. 그 중심에 면세점 수입이 있었다. 인천공항의 비항공 수익 비중은 전체의 60%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평균 49%를 상회했다. 이 수익은 공항 인프라 확충과 배후 경제권 형성의 핵심 재원이 됐다. 관광산업 성장에도 중요한 기반이 됐다. 그러나 지금은 기존의 면세점 운영 구조로는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상징적인 사례가 바로 최근의 대기업 면세점 사업권 반납이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을 반납했다. 신라면세점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이는 업계 전반의 구조적 위기를 드러냈다. 과거 롯데면세점도 인천공항 면세사업권을 반납하는 결정을 내렸다. 2015년 당시 롯데는 서울 월드타워점 특허를 상실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이후 인천국제공항 일부 사업권 반납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1위와 2위 사업자마저 사업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기존의 임대료 구조와 사업 환경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사실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임대료 산정 방식은 그간 여러 차례 개선돼 왔다. 최소 보장액과 매출 연계 방식, 여객 규모와의 연동 방식 등으로 변화했으며, 관세청도 2단계 허가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추진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최고가 입찰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남아 있다. 결국 사업자들은 경쟁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제시한 뒤,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나 수요 변화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항과 면세점이 단순한 임대·임차인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재정립되는 일이다. 해외 공항 사례를 보면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은 이미 오래전부터 공항과 면세사업자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 운영하며, 면세점을 단순 수익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략산업으로 발전시켰다. 우리 역시 공공기관의 면세점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관세법 등 관련 법령을 유연하게 개정해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면세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대기업 면세점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 운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일부 해외 공항들은 이미 경쟁력 유지를 위해 면세사업자와의 임대료 조정, 디지털 판매 채널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도 임대료 완화와 온라인 판매 지원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업계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 고정비 부담은 여전히 과중하고, 국가계약체계의 경직성 탓에 공항당국과의 임대료 협상은 사실상 제한적이다. 결국 현재와 같은 정형화된 임대료 체계로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더욱이 면세점은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외화 획득, 고용 창출, 관광 수요 유입 등 국가 경제 전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전략산업이다. 그 안정적 운영을 위해 국가는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공항당국 또한 단기적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장기적 경쟁력 제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신라와 롯데의 사업권 반납 사례에서 드러났듯, 대기업조차 지속 불가능한 구조라면 중소기업 면세점도 더 큰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소기업 면세점 보호를 전제로 하되, 대기업 면세점과 공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협력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동안 공항과 면세점은 위기 때마다 민관 협력으로 난관을 극복해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 회복을 수동적으로 기다리며 고통을 분담하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을 비롯한 국내 주요 공항의 면세점 문제는 단순히 기업 간 갈등이나 임대료 산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는 국가 차원의 공항 경쟁력 강화와 관광산업 발전 전략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다시 아시아 면세산업의 중심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이호진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직무대행 >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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