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휴식’ 중 스트레칭, 커피, 스몰 토크… 업무 스트레스 낮춘다[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3 days ago 2

휴식과 업무 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韓 직장인 86명 10일간 조사 결과
이완-사회적 활동은 부정감정 줄여… 인지적 활동은 정신적 에너지 소모
안식기간 보낸 전문직 50명 인터뷰… 23%는 업무와 인생에 근본적 변화

《직장인을 위한 ‘쉼’의 지혜

갑작스레 찾아온 무더위에 출근길부터 어깨가 축 처진다. 퇴근길에 ‘만약 내게 긴 휴가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를 상상한다. 동시에 ‘혹시 번아웃은 아닐까’ 자문해 본다. 비단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얼마 전 들른 서점 자기계발서 섹션에는 번아웃, 마음 관리에 관한 책들이 인기 도서로 진열돼 있었다. 그 옆에는 직장 내 성공 전략을 소개한 책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얼핏 보면 전혀 다른 접근 같지만, 사실 휴식과 업무 성과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잘 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직장인의 휴식과 휴가에 관해 흥미로운 경영학 연구를 소개한다.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직장 생활 속에서 짬짬이 즐기는 짧은 휴식, 즉 ‘마이크로 휴식(micro-break)’이 어떻게 하루의 업무 스트레스를 낮춰줄 수 있는지를 분석한다. 연구팀은 한국 직장인 86명을 대상으로 10일간의 일일 일기 연구를 통해, 업무 중 점심시간 직후의 업무 요구도와 퇴근 전의 마이크로 휴식 활동, 그리고 부정적 감정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하루 동안 참여한 9가지 마이크로 휴식 활동의 빈도를 5점 척도로 평가했다. 활동은 이완, 영양 섭취, 사회적 활동, 인지적 활동 등 네 가지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이완 활동과 사회적 활동은 업무 요구도가 높을 때 발생하는 부정적 감정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는 업무 중 잠깐의 스트레칭, 산책, 음악 감상, 혹은 동료와의 가벼운 대화가 업무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양 섭취는 처음에는 부정적 감정 완화에 효과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추가 분석을 해보니 카페인 섭취가 업무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 사이의 연결고리를 유의미하게 약화시켰다. 이는 단기에 활력을 북돋는 카페인이 정신적 에너지 고갈을 막는 데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카페인 없는 음료나 스낵 섭취는 이러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가장 놀라운 결과는 인지적 활동이었다. 예상과 달리 업무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 간의 관계를 오히려 악화시켰다. 즉, 업무 중 신문 읽기나 개인적인 계획 세우기, 웹서핑 등은 오히려 업무와 동일한 에너지를 소모하거나 쉬는 시간에도 몰입하게 해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몇 개월에서 몇 년에 이르는 긴 휴가, 즉 ‘안식 기간(sabbatical)’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조사한다. 연구팀은 50명의 다양한 전문직 직업군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통해 안식 기간 경험을 분석했다.

사람들은 이 기간 동안 세 가지 핵심 활동을 조합해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회복’은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방치된 관계를 재정비하며, 편안한 환경에서 휴식을 취하는 단계다. 둘째, ‘탐색’은 여행, 새로운 경험, 성찰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일상으로부터의 거리 두기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에 답을 찾으려 했다. 셋째, ‘실천’은 탐색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나 기술을 비정기적 업무에 적용하며 미래를 구체화하는 단계다. 글쓰기와 같은 개인 프로젝트, 자금 마련을 위한 프리랜서 활동, 새로운 직업 기회 탐색 등의 활동이다.

이러한 단계들의 조합 방식에 따라 안식 기간은 크게 세 가지 궤적을 나타냈다. 첫째, ‘워킹 홀리데이(Working Holiday)’는 개인적인 프로젝트나 목표에 이끌려 시작되며, 주로 회복과 실천 활동을 번갈아 하는 유형이다. 전체 50명 중 13명이 해당했다. 이들은 안식 기간 후 역량에 대한 확신을 얻으며, 대부분 이전과 비슷한 업무와 라이프스타일로 돌아가지만 일과 삶의 균형이 개선됐다.

둘째, ‘프리 다이브(Free Dive)’는 여행이나 모험에 대한 갈망으로 시작된다. 주로 회복과 탐색 활동을 번갈아 하며 14명이 이에 속했다. 이들은 안식 기간 후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전과 유사하지만 더 적합한 직위나 직장을 찾는 경향을 보였다.

셋째, ‘퀘스트(Quest)’는 과도한 업무나 번아웃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떠나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회복에서 시작해 탐색으로 이어지고 실천으로 마무리됐다. 이 유형에 속한 23명의 참가자들은 안식 기간을 통해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으며 업무와 경력, 그리고 삶 전반에 걸쳐 근본적이고 극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업무 중 마이크로 휴식은 매일의 스트레스를 관리해 주고, 연차를 활용한 단기 휴가는 재충전의 시간이며, 안식월·안식년과 같은 긴 휴가는 자신을 재설계의 기회를 제공한다. 서로 다른 기능과 목적을 고려해 적절한 시점에서 적절한 종류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를 즐기며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전략일 수 있다.

연구① Kim, Sooyeol, YoungAh Park, and Qikun Niu. “Micro-break activities at work to recover fromdaily work demands.”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8.1 (2017): 28-44.

연구② Schabram, Kira, Matt Bloom, and D. J. DiDonna. “Recover, explore,practice: The transformative potential of sabbaticals.” Academy of Management Discoveries 9.4(2023): 441-468.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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