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섭·이민호 주연…'메가 히트' 웹소설·웹툰 원작
정교한 세계관과 장대한 액션…생동감 넘치는 특수효과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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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10년간 연재된 어느 웹소설은 "지하철이 멈췄다, 동호대교 한가운데서"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첫 화가 나왔을 때 중학교 3학년이었던 '김독자'(안효섭 분)은 아무도 보지 않는 이 웹소설의 유일한 독자로 10년을 함께했다. 마침내 완결을 보게 된 날, 독자는 이 첫 문장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그가 타고 있던 지하철 3호선 전동차가 동호대교 구간을 넘어가던 중 멈춰버린 것이다.
소설의 최종화를 보고 실망한 독자가 작가에게 "이 소설은 최악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곧이어 작가로부터 "결말이 마음에 안 드시면 직접 써보시죠"라는 답장을 받은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소설 속 이야기가 갑자기 현실이 되고, 소설의 결말을 알고 있는 유일한 독자가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내용을 담은 판타지 액션물이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와 'PMC: 더 벙커'(2018)로 이름을 알린 김병우 감독이 세계적으로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 삼아 '전지적 독자 시점'의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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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인기도 없는 소설을 뚝심 있게 10년간 챙겨본 이유로 '용기를 갖춘 소설 속 주인공 유중혁(이민호)에 대한 부러움'을 꼽는다.
현실 속 자신은 힘없고 비겁한,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비루한 인물이기에 대리만족을 얻은 것. 유중혁이 소설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내팽개치고 혼자만 살아남는다는 최종화 내용에 분개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 소설 속으로 들어간 독자는 '혼자 살 것이냐, 같이 갈 것이냐'라는 고민을 품고 자신만의 결말을 지어 나간다.
현실 속에선 힘없고 탁하던 독자의 눈에는 이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동안 점차 생기가 돈다. 전투 장면에서는 이글이글 타오르다가, 영화 마지막쯤에는 확연히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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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존재감이 워낙 강렬하기는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와 탄탄한 짜임새는 원작을 모르는 관객까지 사로잡을 만하다.
'어룡', '화룡' 등 크리처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지하 제사장이나 우주 공간을 보여주는 특수효과의 스케일도 기대를 뛰어넘는다. 김독자와 유중혁의 '칼잡이 액션'과 독자의 직장동료 유상아(채수빈)의 '실뜨기 액션'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매력도 재미를 더한다.
빠른 전개로 쉴 틈 없이 '퀘스트'(과제)가 주어지는 설정은 몰입감을 키우고, 국회의원, 땅 부자 등 선악이 섞인 인물들은 감탄과 분노를 일으킨다.
소설이 현실이 된 세계에서 '최종화'가 어떤 모습일지 가늠해보는 것은 관객의 과제로 남는다.
후속작이 나온다면 답은 조금 더 명확해질지도 모른다. 김병우 감독은 "다음 편 작업은 이번 작품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23일 개봉.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on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5일 19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