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의료를 바꿀 기술 중 하나로 기대를 모았던 비대면진료. 이미 오래전 기술이 개발됐고,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아직도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다. 비대면진료는 벌써 5년째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와 환자들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두번의 정부를 거치면 동안 제도화에 실패했다.
이제 다음주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다. 차기 정부에서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끝내고, 제도화가 될 수 있을까? 일단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모두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의료대란 해결 및 의료개혁' 과제 중 하나로 “비대면진료 제도화와 공적 전자처방 전송시스템 구축으로 환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모두 강화하겠습니다”라고 공약집을 통해 밝혔다. 시범사업만 5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제도화를 통해 무분별한 시범사업을 중단하겠다는 설명이다. 또 공적 전자처방전을 도입해 안심하고 처방-조제하는 시스템도 갖추겠다고 했다. 민감 의료정보 보호체계를 강화하고, 공공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공적 활용에도 기여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는 '의료사각지대를 비대면진료로 해소하겠습니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농촌 및 소외지역의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강화해 지역간 의료격차를 해소하는데 비대면진료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노인과 만성질환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으로도 활용한다. 또 안전한 비대면 진료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궁극적으로 환자들의 편의와 접근성을 향상시켜 국민 건강 증진을 돕겠다는 취지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비대면진료 법제화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비대면진료 효과는 시범사업을 통해 충분히 확인했다. 그동안 비대면진료 이용자 수는 1000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통한 처방전을 접수하는 약국도 전체 약국의 80%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과 제휴하는 의사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비대면진료를 경험한 환자나 보호자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비대면진료가 법제화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것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제도 마련에 뒤쳐졌는지 알 수 있다.
이제는 시범사업을 끝내고,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시범사업만 계속하는 동안 비대면진료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었던 많은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거나,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피봇'을 했다. 남아 있는 플랫폼들도 언제 시범사업이 끝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둘러 비대면진료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인공지능(AI) 접목, 데이터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 의료격차 해소 등 비대면진료가 나아갈 방향은 무궁무진하다.
이제 며칠 후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공약에서 밝힌 것처럼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꼭 실현해 길고긴 시범사업을 끝내길 기대한다.
권건호 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