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폭등세 속에 은값도 어느새 온스당 50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 은값이 50달러를 돌파한 것은 1980년 이후 처음이다. 엄청난 화폐 인플레이션에도 은값이 지난 45년간 50달러 밑에서 머무른 것은 헌트 형제의 은 투기 사태 때문이다.
1970년대 텍사스 유전 개발로 부를 쌓은 넬슨 헌트와 허버트 헌트 형제는 은을 사기 시작했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 매집을 시도했다. 실물 은괴와 은화를 사들여 창고에 쌓았다. 스위스 금고로 은을 운반하기 위해 보잉 제트기를 전세 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인 은 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계약을 맺어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선점했다. 은은 대부분 구리, 납, 아연 채굴의 부산물로 나오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금세 생산이 늘기 어렵다.
제한된 은, 매집과 폭등
헌트 형제는 이런 구조적 제약을 이용했다. 이들이 은 매집에 나선 것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으로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실물 자산이 오를 것으로 예측해서다. 이들의 전략은 상당 기간 성공을 거뒀다. 1970년대 초 온스당 1달러대이던 은은 1979년 초 5달러 안팎까지 상승했고, 1980년 초 49달러까지 폭등했다. 헌트 형제는 막대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은을 샀다. 은을 담보로 돈을 빌려 추가 매수를 반복한 것이다. 1979년 말 기준으로 헌트 형제는 세계 은의 3분의 1(1억 온스)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그해에만 20억~40억달러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1980년 3월 27일은 ‘실버 목요일(Silver Thursday)’로 불린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상품거래위원회(CFTC)는 시장 왜곡을 우려해 개입했다.
Fed는 은 관련 신용 공급을 축소했고, 거래소는 증거금을 인상했다. 현물 인도 제한 규제도 시행했다. 은 가격은 급락했고, 헌트 형제는 은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을 갚을 수 없었다. 마진콜에 몰린 형제가 이를 이행하지 못하자 은값은 10달러 초반까지 추락했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 파산을 신청했다. 은값은 1980년대 중반부터 2003년까지 20년 이상 5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탐욕과 공포의 순환은 반복
최근 금과 은이 급등한 배경은 1970년대와 닮았다. 인플레이션 우려, 달러에 대한 불신 등이 귀금속의 가치를 높였다. 레버리지가 몰리는 등 투기도 극성이다. 이런 식으로 급등한 건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규제 완화까지 이뤄지자 암호화폐는 수년간 몇 배씩 뛰었다. 비트코인은 2020년 1만달러 미만이었지만 이제 10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은처럼 ‘공급이 제한됐다’는 주장도 비트코인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논리다. 하지만 월가 일부에서는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등 신규 토큰이 계속 나오는 암호화폐 생태계 전체를 고려하면 제한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45년 만에 헌트 형제를 소환한 것은 투기가 몰릴 때는 자산 가격이 끝없이 치솟을 수 있지만, 레버리지가 끊기면 금세 무너질 수도 있다는 시장의 진리가 떠올라서다. 금, 은, 비트코인, 인공지능(AI) 등 자산의 이름은 바뀌어도 탐욕과 공포의 순환은 늘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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