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2의 CDO? 사모대출 주의보

8 hours ago 1

[데스크 칼럼] 제2의 CDO? 사모대출 주의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미국 월가의 세일즈맨들은 한국을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이들이 판 것은 투자 등급은 같아도 금리가 더 높은 채권이었다. 금융공학을 활용해 여러 등급의 모기지 채권을 섞어 평균보다 더 높은 등급의 채권을 창출해냈다. 부채담보부채권(CDO)이란 이름의 이 파생상품은 불티난 듯 팔렸다.

그런데 2007년 초 문제가 불거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과열을 막기 위해 2004~2006년 기준금리를 높이자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 낮은 등급의 모기지를 포함한 CDO의 가치에도 균열이 생겼다. 위험을 느낀 월가는 CDO 익스포저를 줄이기 위해 세계를 상대로 세일즈에 나섰다. 한국도 그중 하나였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CDO 및 그와 연계된 신용부도스와프(CDS)를 사서 본 손실만 22억달러에 달했다.

불안감 커진 사모대출 시장

월가에서 최근 몇 년간 인기를 얻은 상품이 있다. 사모대출(Private Debt Credit)이다.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 속에 상업은행들은 대출을 제한했다. 그 공백을 메운 게 사모펀드 등 비은행 대출기관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미국 연방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자 기업, 소비자 모두 재무 상태가 튼튼해졌다. 호황이 이어지며 자금 수요도 커졌다. 그러다 보니 사모대출 투자자는 별 디폴트 위험 없이 하이일드채권보다 200~300bp(1bp=0.01%포인트) 높은 프리미엄을 누려왔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관세 충격으로 미국 기업들은 얼어붙었다. 중소기업은 더욱 그렇다. 대부분 중국에서 물건을 조달해 팔아와서다. 미·중 협상으로 대중국 관세율이 30%까지 낮아졌지만, 트럼프 1기 때부터 누적된 관세를 더하면 실효 관세율은 여전히 40%에 육박한다. 사모대출을 쓰는 곳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며, 레버리지가 높고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다.

월가는 빨리 팔아치우고 싶다?

월가는 다시 세계를 상대로 사모대출 판매에 나섰다. JP모간은 사모대출의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탄탄한 미국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위험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한다. 골드만삭스는 사모대출 대부분이 선순위라는 점을 강조한다. 관세로 인해 물가 상승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변동금리 상품인 사모대출펀드는 투자자에게 좋은 헤지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관세 충격에 미국의 경제 성장은 둔화하고 있고, 일부 기업은 위기에 빠졌다. 월가 일부에서는 사모대출 시장에 진정한 시험이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시장은 그동안 규제가 느슨했다. 상품은 시장가 평가(Market To Market)를 받지 않으며, 투자 등급이 없는 경우도 많아 투자자가 위험을 알기 어렵다. 특히 사모대출의 안정성은 심각한 경기 침체 상황에서 검증받은 적이 없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사모대출 시장의 안정성을 ‘신기루’에 비유한다. 거래가 없고 시장가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해서 자산가치가 안정적이라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누군가 빨리 팔아치워야 할 사정이 생길 때까지는 안정적”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좋은 금융상품은 월가가 한국까지 가져가 팔지도 않는다. 이들이 공격적으로 판다면 뭔가 빨리 팔아야 하는 것일 수 있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