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1년 9개월 걸린 '패가망신 1호'

1 month ago 17

[데스크 칼럼] 1년 9개월 걸린 '패가망신 1호'

이화전기와 이트론, 이아이디 등 이화그룹 ‘삼총사’ 얘기만 나오면 한숨 쉬는 개인투자자가 한둘이 아닐 것 같다. 결국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세 종목 주가는 이달 초 정리매매 기간에 90% 넘게 급락했다. 지금은 거래조차 할 수 없다.

사무가구업체 코아스가 뜬금없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선언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 버스는 떠난 뒤다. 기업 정상화까지 갈 길이 워낙 멀다. 이화그룹 상장사들의 증시 퇴출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검찰은 2023년 5월 김영준 전 회장 등 오너 일가의 횡령·배임 혐의를 잡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투자자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건 그때부터다.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 요구와 함께 즉각 주식 매매를 정지했다. 개인들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에서다. 하지만 회사 측이 혐의를 부인하자 곧바로 재개했다. 또다시 정지한 건 검찰 공소장 내용과 회사 공시가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다.

부실기업·조작범 퇴출 하세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폐지를 심의·의결한 건 당해 9월, 확정은 올해 2월, 효력정지 가처분 절차를 거친 최종 퇴출은 이달 중순이었다. 기업 재무 악화의 주범인 횡령 공시 후 2년6개월이 지나서야 ‘시장 정상화’ 절차가 마무리된 것이다.

상장폐지는 지금도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폐지 사유가 발생한 코스닥 기업은 작년에만 43곳에 달했다. 하지만 이화그룹주 사례처럼 실제 퇴출까지 하세월인 게 현실이다.

주가조작도 다르지 않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꾸려진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은 23일 ‘패가망신 1호 작품’을 내놨다. 자산운용사 임원과 유명 사모펀드 운영자, 금융회사 지점장 등 전문가들이 공모한 대규모 불공정거래를 적발했다. 부당이득액만 대략 400억원.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대상으로 수만 회의 가장·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팔아치우는 수법을 썼다. 타깃이 된 DI동일 주가는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래저래 골탕 먹은 건 대다수 개인투자자다.

문제는 조작범들의 범죄행위 기간이다. 합동대응단이 파악한 시세조종 시점은 작년 초다. 지난 1년9개월간 투자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주가조작에 이용당했다는 얘기다.

감시인력 충원해야 시장 신뢰

엄벌 못지않게 중요한 게 신속한 수사·조사다. 투자자들의 누적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시장 감시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하루 평균 10억 주를 넘는 국내 주식 거래의 감시 인력은 100여 명이다. 야심 차게 출범한 합동대응단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에서 파견된 32명뿐이다. 불공정거래 혐의로 적발되는 사건은 연간 40여 건. 그나마 실제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은 절반 미만이다. 수사 장기화와 증거 확보 지연이 핵심 원인 중 하나다. 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국(FINRA)은 각각 수천 명 규모의 전담 인력을 두고 있다. 시장 감시 알고리즘은 이상거래 패턴을 24시간 잡아낸다. 시세조종 등이 발생한 지 수 주일 만에 잡아내는 사례가 많은 배경이다.

자본시장의 근간은 투자자 신뢰다. ‘국장’을 등진 개인들 마음을 되찾으려면 시장 정상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 하루가 급한 투자자로선 조작범들의 패가망신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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