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네이버 과징금 267억' 판결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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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네이버의 ‘쇼핑 검색 알고리즘 조작’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267억원이 정당하다고 본 2심 판결을 파기했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검색 알고리즘 우대’와 관련한 첫 대법원 판단이다. 향후 공정위의 플랫폼 규제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색 알고리즘’ 첫 대법원 판결

대법 '네이버 과징금 267억' 판결 뒤집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전날 네이버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사건을 2심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2022년 12월 공정위가 부과한 제재 처분이 정당하다며 네이버 패소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고법 판결 이후 3년 만에 대법원이 사건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2020년 공정위는 네이버가 쇼핑·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자사 서비스를 우대했다며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네이버가 자사 오픈마켓 입점업체 상품이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기 유리하도록 검색 알고리즘을 변경했다는 이유였다. 공정위는 경쟁 오픈마켓이 자사 검색 서비스에서 덜 노출되도록 하거나 자사 오픈마켓 노출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알고리즘을 수차례 수정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가 경쟁제한 효과 및 경쟁제한의 의도와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봤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입점사업자와 경쟁 오픈마켓 입점사업자를 거래 상대방으로 본 것은 타당하지만 단순한 점유율 변화만으로 경쟁제한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오픈마켓 시장의 거래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신규 사업자 진입도 이어진 점 등을 보면 경쟁제한 우려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검색 알고리즘 조정 자체는 정상적인 영업활동 범위 내에 속하며 ‘다양성 증진’이라는 목적이 존재한다면 성과 경쟁의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며 공정위가 경쟁제한의 의도와 목적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불공정거래 차별행위와 관련한 판단에서도 법리 오해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 또는 용역과 타사가 제공하는 상품 또는 용역을 동등하게 대우하도록 요구할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네이버가 ‘네이버스토어 랭킹순’에 따른 검색 결과 외에 ‘낮은 가격순’ ‘높은 가격순’ 같은 다른 기준에 따른 검색 결과도 별도로 제공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심이 판시한 사정만을 들어 차별의 현저성을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플랫폼업계 소송 기준 되나

플랫폼업계는 이번 판결이 향후 인공지능(AI) 추천·검색 알고리즘 관련 규제 및 소송의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이 ‘검색 알고리즘의 자율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대법원은 “사업자는 자신의 가치 판단과 영업 전략을 반영해 상품 정보의 노출 여부 및 순위를 결정할 수 있고, 이를 외부에 공지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검색 알고리즘 조정은 이용자에게 다양한 결과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의 일반적 운영 행위”라며 “이번 판결은 기술적 개선을 불공정행위로 단정하는 기존 접근에 제동을 건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사업자의 AI 추천·검색 로직이 공정거래법상 차별로 평가되기 위해서는 구체적 피해 입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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