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 들어서니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아 먹는 좌식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막국수 같은 전통음식은 이렇게 바닥에 앉아서 먹을 때 제맛이 나는 법이다. 요즘은 집집마다 식탁이 있지만, 손님을 초대하거나 온 가족이 모여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 먹을 때에는 거실 한가운데 교자상을 펴고 둘러앉기 마련이다. 그 습관이 한국인에게 ‘좌식 식사 문화’에 대한 호감을 만들어 낸 건 아닐까 싶다.
해동막국수는 주인 부부가 25년째 운영 중인 노포다. 간장으로 육수의 간을 맞춘 물막국수(1만 원)와 직접 재운 가자미회를 올린 비빔막국수(1만1000원)가 대표 메뉴다. 주인 부부가 매일 반죽해 직접 메밀면을 뽑는다. 막국수 외에도 만둣국과 돼지고기 수육도 판다. 모든 메뉴가 가격 대비 양이 넉넉하다. 관광지 음식점 중에선 외지인을 상대로 지나치게 비싼 값을 받는 곳도 있지만, 이곳은 다르다.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한다. 현지 주민이 먼저 찾는 집, 가격보다 맛과 성실함으로 기억되는 집이다. 택시기사님이 이 집을 자신 있게 추천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물막국수를 시켜 한 입 떠먹었다. 간장을 베이스로 한 육수지만 간장 특유의 군내는 오간 데 없다. 오히려 뒷맛이 깔끔하면서도 개운한 향이 오래 남는다. 인공조미료를 쓰지 않은 듯 입안이 텁텁하지 않다. 면은 찰기와 끈기가 적당해 씹는 맛이 일품이다. 해동막국수만의 반죽과 숙성법 덕분일 것이다. 메밀의 성분인 아밀로펙틴과 글루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다.여자 사장님께 육수와 면의 제조 비법을 조심스레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비법이니만큼 알려주기 힘들다”였다. 강원도 사람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 속에서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뚝심이 느껴졌다.
강릉역 근처에는 막국숫집이 여럿 있다. 저마다 솔깃한 문구로 식객들을 끌어모으지만, 해동막국수는 그런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식당을 운영하는 원칙이 있느냐는 질문에 사장님은 짧게 말했다. “정직하고 깨끗하고, 친절하게 장사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원칙이 없습니다.”
필자가 여러 노포를 다니며 현장에서 음식을 맛보는 동안 한 가지 깨달은 진실이 있다. 담백한 맛은 질리지 않고 오래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담백함은 맛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꾸밈없는 담백한 태도로 정직하게 장사하는 집이 결국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오래 사랑받는다. 해동막국수는 그런 집이다. 그리고 필자는 그 집의 ‘신도’가 되었다.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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