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맛 대결 그만…위장취업·장사 등 변주 나선 '셰프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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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취업기 '언더커버 셰프'·매출로 승부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신선한 키워드·스토리텔링 중요…"'미디어용 셰프'는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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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언더커버 셰프' 속 샘 킴, 정지선, 권성준 셰프(위쪽부터)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바야흐로 '셰프 예능' 전성시대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글로벌 흥행을 기점으로 지상파와 케이블, 종합편성채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까지 채널을 가리지 않고 요리를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최근의 셰프 예능은 단순한 맛 대결이나 요리 과정을 보여주는 '쿡방'이나 맛집 탐방 등 기존 문법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변주하는 모양새다. 특히 '위장 취업'이나 '실전 장사' 같은 이색 키워드를 결합하며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5일 방송가에 따르면 지난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tvN '언더커버 셰프'는 샘 킴, 정지선, 권성준(나폴리 맛피아) 등 국내 정상급 유명 셰프들이 정체를 숨긴 채 해외 현지 식당에서 주방 막내로 일하는 과정을 그린 관찰 예능이다.

한국에선 내로라하는 베테랑 셰프들이 낯선 언어와 문화의 주방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진땀을 빼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짠한 공감을 자아낸다. 이들이 현지 주방에 적응하며 초심을 되찾고, 5일 이내에 자기 요리를 메인 메뉴로 올려야 하는 미션을 놓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한 편의 성장 드라마 같은 감동을 전한다.

첫 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2.3%의 시청률로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지난 2일 4.6%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아울러 7주 연속 케이블·종편 포함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지키며 뜨거운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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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장면 일부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21일 베일을 벗은 tvN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는 맛 평가 대신 매출로 승부를 가르는 실전 장사 서바이벌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이연복, 유방녕, 에드워드 권 등 수십 년 경력의 요리 대가부터 홍석천 등 연예인 출신 외식업자, 재야의 장사 고수 등 20여명의 출연자는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길거리 식당을 열고 오직 '매출'로만 경쟁한다.

이 서바이벌에서는 요리의 예술성이나 깊은 맛보다 메뉴 선정, 가격 책정, 마케팅 전략, 상권 분석 등 종합적인 장사 수완이 생존의 핵심 열쇠가 된다. 포스기 고장으로 인한 대기 줄이 뜻밖의 모객 효과를 내거나, 주문 폭주로 환불 사태가 벌어지는 등 현실 속 자영업의 돌발 변수를 여과 없이 보여주며 기존 셰프 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그림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예능은 국내 요식업계 대가들이 계급장을 떼고 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권위 파괴' 키워드와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이 셰프 예능의 홍수 속에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방송을 통해 스타 셰프들의 권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요즘 시청자들은 그 유명세가 마케팅의 결과물인지 진짜 실력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며 "명성을 지운 블라인드 상태에서 실력을 입증하는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리얼리티로 다가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역시 "공정성을 중시하는 세대는 평판보다 실전에서의 결과와 고객의 선택을 중요하게 본다"면서 "여기에 단순한 대결을 넘어 다양한 상황에 따른 스토리텔링이 결합하면서 포맷 자체가 한 단계 진일보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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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스트릿 레스토랑 파이터' 속 이연복 셰프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외에도 원조 쿡방인 JTBC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스타 셰프들을 전면에 내세운 여행 예능까지, '요리사'라는 직군을 예능의 문법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대규모 팀전으로 포맷 변화를 예고한 '흑백요리사' 시즌3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셰프 예능이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하는 배경에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인 '식욕'과 신선한 얼굴을 발굴하려는 방송계의 노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 평론가는 "먹는 것은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욕구이기 때문에 관련 콘텐츠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또 연예인 못지않게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셰프들이 계속 발굴되면서 끊임없이 풍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익숙한 소재의 프로그램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일각에선 셰프 예능이 다소 지겹다는 피로감 섞인 목소리도 있는 만큼, 셰프 예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업계의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반인 출연자 검증 문제 등 예능적 재미와 화제성만을 좇다 발생할 수 있는 '셰프 예능'의 여러 부작용은 방송계가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 평론가는 "최근에는 본연의 업보다 미디어 노출만을 목적으로 하는, 짧은 경력의 '미디어용 셰프'들도 종종 눈에 띈다"고 지적하며 "프로그램이 그들의 마케팅 수단이 되는 현상은 경계해야 하며, 무조건적인 경쟁 유도로 셰프들 고유의 개성과 잠재력을 묻히게 하는 역효과도 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하 평론가 역시 "요리 예능의 핵심은 진정성인 만큼 과대 포장으로 시청자를 현혹해서는 안 된다"며 "제작진의 엄격한 섭외 필터링 책임은 물론, 출연자 스스로도 미디어가 주는 스포트라이트에 적합한 사람인지 돌아보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ahye_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7월05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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