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AI를 한다고들 하는데, 정작 뭘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국방공학센터)는 지난 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통합 유·무인체계를 위한 국방 AI 발전 전략’ 포럼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율성, 보안성, 데이터 측면에서 인공지능(AI)의 가능성과 한계가 명확한데 국방AI 도입을 놓고 구체적 목표와 기준이 빠져 있다”며 “이게 바로 우리가 지금 논의해야 할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가 지난 3월 출범시킨 국방공학센터는 100여 명의 서울대 교수진과 민관군 실무진이 참여하는 대형 국방 공학 연구 허브다. 이날 포럼에는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 김종철 합참 전력기획부장, 방위사업청 관계자, 방산기업 연구진 등이 참석해 국방 AI 개발의 방향과 제도적 과제를 논의했다.
“AI에 걸맞게 무기 소요·획득 체계 다시 설계해야”
참석자들은 국방AI 도입은 기존 무기 체계 소요, 획득 과정과 전적으로 달라야 한다며 새로운 기준, 평가 체계 마련을 제시했다. 김종철 합참 전력기획부장(육군 소장)은 "지금까지 하드웨어 무기 체계 중심에서는 미리 최종 목표치를 정해 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AI는 태생적으로 목표치를 정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AI 방산 기업인 팔란티어를 예로 들며 "우리도 군이 요구조건을 고정해놓는 방식에서 벗어나 팔란티어처럼 기업이 작전 개념 분석 단계부터 들어와 개선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장은 또 “지금까지 군의 기술 지원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일부 기관이 담당해왔지만 기술이 방대해지고 다변화되면서 이제는 다양한 민간 주체가 참여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래 무기 체계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성능을 결정할 거라며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예시로 들었다. 그는 테슬라가 1년에 40~50번 가량 업데이트를 한다며 국방AI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해 나가는 식의 소요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종의 구독형·지속형 획득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방 AI 인프라 마련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권태경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국방 클라우드 보안 모델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미국 국방부의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아키텍처나 ‘크로스 도메인 솔루션(CDS)’ 같은 국제 기준을 참고해 우리 환경에 맞는 보안 아키텍처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와 제도부터 풀어야 국방AI 발전할 수 있어”
첫 번째 세션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였다면, 이어진 패널 토의에서는 ‘어디서 막혀 있는가’를 주제로 논의가 이어졌다. 기업 관계자들은 기술 개발만큼 데이터 접근성과 제도적 유연성 등 정책적 기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윤철 한화시스템 상무는 “2023년 방사청 내부에서도 ‘AI 획득체계가 이대로 가선 안 된다’며 민첩한 데이터 확보 방안과 반복적 시험·평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있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법제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건 핵심 국방 데이터"라며 "예전에 국방 유관기관에서도 군 부대 내 AI 센터를 구축해 팔란티어처럼 기업이 들어가 데이터를 직접 들여다보고 그걸로 모델을 개발하되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지 못하고 추론 모델만 가지고 나오는 방식으로 하자는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논의도 벌써 반년이 지나고 있다며 국가AI전략위원회와 서울대 국방공학센터를 필두로 정책적 애로를 없애달라고 주문했다.
김형택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상무는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과의 협업 사례를 소개했다. 양사는 지난 4월 무인수상정(USV)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 상무는 “안두릴은 계약 후 18개월 내 시제품 납품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뛰어난 민간 기술을 국방 영역에 빠르게 접목할 수 있다면 무기체계 역량과 도입 속도를 모두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종대 국방부 자원관리실장은 이에 대해 “국방부도 빠르게 하고 싶지만 그 과정에서 불량 무기 등에 대한 분석까지 병행해야 해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합참을 비롯한 국방 유관 기관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 상무가 제기한 데이터 문제에 대해선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방사청 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제도 개혁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원 실장은 데이터 필요성에 대한 요구는 많지만 기업들도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기업 간 데이터 확보 및 활용 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원 실장은 또한 국방 AI 데이터센터 예산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군 내부에서도 AI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군은 보안상 EMP(전자기 펄스) 공격 등에 대비해야 해 데이터센터 조성에 막대한 비용이 들겠지만 국방 AI 데이터센터는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도 들어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국방공학센터는 향후 군과 협력해 국방 융합 연구를 추진하고 구체적인 연구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승용 센터장은 “국방 AI 개념 정의에만 1년 이상 매진할 것"이라며 서울대가 국방 AI의 초장기 토대를 설계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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