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500선에 다가서며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새 정부 출범 100여 일 만에 지수가 30% 가까이 뛰어오른 것이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을 향한 기대로 시장 수급이 탄탄해졌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도 외국인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단기간에 코스피지수 5000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온다.
사실 한국 주식시장, 나아가 한국 경제에 중요한 것은 코스피지수가 5000을 돌파하느냐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장기 수익률이다. 연 10%의 수익률이라도 매년 꾸준히 쌓아가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훨씬 값지다. 5000이라는 단기 목표에 조급해할 이유는 없다. 시장이 꾸준히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가의 단기 급등은 오히려 경계할 필요가 있다. 급등은 과열 신호이자 조정과 폭락의 전조기 때문이다. 그런 시장은 장기투자자가 기피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연 10% 미만 수익률이라도 꾸준히 쌓아가는 시장이라면 투자자는 자연스레 몰려들 수밖에 없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주식시장이다. 이는 팰런티어, 엔비디아처럼 수백 퍼센트 수익을 내는 스타 종목 때문이 아니다. 한국에도 며칠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종목은 흔하다. 미국 시장의 진짜 매력은 장기 수익률에 있다. 지난 100여 년간 미국 S&P500 지수는 연평균 10%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물론 한두 해는 하락할 수 있고, 때로는 폭락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곧 회복하고 다시 우상향하는 힘이 있다. 바로 이 10% 남짓의 꾸준함 때문에 미국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이다.
그 꾸준함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은 미국 기업의 혁신 성장이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기업은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그 자금은 혁신으로 이어진다. ‘매그니피센트7’(M7)으로 불리는 빅테크, 팰런티어 같은 인공지능(AI) 기업은 물론 과거 수많은 기업이 기업공개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모험적 투자를 감행했다. 그 결과 소수 혁신 기업이 탄생했고, 자본 조달과 기업 성장이 맞물린 선순환 구조가 굳어졌다. 이것이 바로 매년 10% 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하는 근본 체력, 곧 미국의 펀더멘털이다.
코스피지수가 ‘박스피’로 불리며 정체된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성장성의 부재다. 미국은 성장 기업들 시장 밸류에이션을 주도하지만 한국 대형주는 가치주 위주라 성장과 거리가 멀다. 금융위기 이후 2010년 글로벌 주식시장이 철저히 성장주 위주로 재편되면서 성장동력이 부족한 한국 대형주는 자연스레 글로벌 투자 트렌드에서 소외됐다. 그 결과 나타난 현상이 낮은 기업 밸류에이션이다. 성장동력의 부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것이다.
현재 주가 부양을 위한 정책은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 그리고 주주환원 증대에 대부분 집중돼 있다. 이런 정책의 효과는 일회성일 뿐 장기 수익률로 연결되지 않는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은 ‘파이’를 어떻게 나누냐 하는 기업 이익 분배 문제에 초점이 가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몫이 늘면 ‘원타임’ 주가 부양은 이뤄지겠지만 기업이라는 파이가 커지지는 않는다. 성장을 통해 파이가 커질 때 주가는 꾸준히 오르게 된다.
다시 미국 시장을 보자. 코스피지수가 박스피에 머무른 지난 10여 년 동안 S&P500지수는 세 배 넘게 올랐다. 이는 미국 기업 지배구조가 세 배 개선돼서가 아니다. 배당이 세 배 늘어서도 아니다. 사실 미국의 대표적 성장 기업은 배당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당장 혁신에 투자할 돈도 부족한데 배당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테슬라는 기업 지배구조가 열악하기로 유명하지만 주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다. 코스피지수가 5년 내 5000을 달성하지 않아도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수익을 장기적으로 내는 시장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식시장을 통한 기업 성장의 선순환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야만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장기적으로 자금을 맡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한국 주식시장의 체질도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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