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경쟁력의 중요한 근간은 값싸고 안정적인 전기다. 전기요금은 단순히 가계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의 제조업을 살리고 죽이는 ‘산업의 생명줄’이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전력의 전력 구매비용은 ㎾h당 원자력이 66원, 신재생은 208원이다. 원자력에는 발전소 해체, 방사성 폐기물 관리, 사용후 핵연료 비용이 모두 포함된 종합 원가이며 신재생도 70원가량의 보조금이 포함된 가격이다. 종합 원가가 되려면 태양광 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할 대체발전설비와 저장비용이 여기에 추가돼야 한다. 그런데 한전은 이 전기를 사서 ㎾h당 가정용 157원, 산업용 168원에 판다. 미국 산업용 평균은 ㎾h당 120원, 현대제철이 공장을 옮기려는 미국 루이지애나는 78원이다. 농산물이 미국보다 비싼 나라인데 전기도 더 비싸진 나라, 제조업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나라가 됐다.
물이 낮은 곳에 고이듯, 제조업은 에너지가 싼 곳으로 흐른다. 산업용 전기료가 비싼 나라에 공장이 머물 이유가 없다. 머물 방법이 없다. 높아지는 관세도 타격이 큰데, 전력요금마저 높아 이 땅에 산업이 버틸 방법이 없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산업의 미래는 없다. 전기요금을 내리지 못하면 산업 이탈과 일자리 붕괴는 시간문제다.
세계 대부분 나라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대량 구매의 시장 논리기도 하지만,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일할 직장이 튼튼하다면 가정의 전기요금이 올라가도 감당할 수 있다. 그러나 가정용 요금은 싸지만 일할 곳이 사라진다면? 1년 전기요금 수십만원을 아끼는 대신, 연봉 수천만원 직장을 잃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 진짜 손해인지는 분명하다.
우리의 전기요금 구조는 기형적이다. 전체 전력의 절반을 쓰는 산업이 비싼 전기를, 6분의 1만 쓰는 가정이 싸게 쓴다. 산업용 요금을 절반으로 낮추려면 가정용 요금을 약 2.5배 인상해야 한다. 가정이 연 50만원 내던 전기요금을 125만원 낸다면 반발이 대단할 것이다. 그러나 그로 인해 얻게 될 경제 효과는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한 가정이 75만원을 더 부담함으로써 수천만원짜리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면, 그 선택은 분명 이성적이다.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줄지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앞으로 전력 수요는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은 모두 전력 집약적이다. 이들에 반값 전기를 공급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은 우리에게 원자력뿐이다. 66원/㎾h의 원자력 전력은 루이지애나 수준의 78원 요금체계도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 지금의 기형적이고 높은 요금을 고수한다면, 게다가 요금을 더 올린다면 역설적으로 탄소중립을 조기 달성할 수 있다. 있던 산업도 떠나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도 새로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원전은 건설에 15년이 걸려 탄소중립에 맞출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로 건설 기간은 6~7년이면 충분하다. 계속운전은 더 빠르다. “생수를 구하는 데 15시간이 걸린다”며 바닷물을 퍼마시는 격으로,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결정은 우리를 더 위험한 길로 이끈다.
지금과 같은 요금 구조와 에너지 믹스가 유지된다면 2050년 우리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산업이 떠나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민이 전기를 덜 쓰게 된 결과일 것이다. 탄소중립을 ‘이룬’ 것이 아니라 탄소중립을 ‘당한’ 것이다. 현재 탄소중립을 달성한 나라는 부탄과 수리남 단 두 곳뿐이다. 탄소중립 당한 그들이 우리의 경제 모델은 아닐 것이다.
이제 결단이 필요하다. 원전 이용국 대부분이 그러하듯 원전 설비를 현재의 세 배로 늘리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절반으로 낮춰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며, 진짜 탄소중립을 이루는 길이다. 생수를 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바닷물을 마실 수는 없다. 원자력을 세 배로 늘릴 방법을 찾고, 가정용 요금을 인상하고, 저소득층 전력 복지 대책도 만들고, 산업용 요금을 대폭 인하할 종합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3 weeks ago
15
![[사설] 檢 항소 포기, 대장동 일당과 李 대통령에 노골적 사법 특혜 아닌가](https://www.chosun.com/resizer/v2/MVRDCYLFGU2DOYLCGEZTCZRXME.jpg?auth=e7208408e32f3c86fca96d1cc26ab946aa0573ff3afc88149eaf47be452d2014&smart=true&width=4501&height=3001)
![[팔면봉] 검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여권 인사도 놀란 듯. 외](https://it.peoplentools.com/site/assets/img/broken.gif)
![[사설] 권력 앞에 검찰권 포기, 용기 있는 검사 단 한 명 없었다](https://www.chosun.com/resizer/v2/GRSDOM3GGRTDMMZVMIZWEMRSGI.jpg?auth=3660099caccde3b5cc42f8a35fb1d3d3ed7245720ce0ddba78c999c2772ee0ad&smart=true&width=399&height=255)
![[사설] 국힘 대표 부인이 김건희에게 가방 선물, 민망하다](https://www.chosun.com/resizer/v2/MVQTQNLDMJSDONRTMVQWINDBG4.jpg?auth=8141846de3d24a96723f9b1cff26e76f746dd63a88bb3beb44b86fbf01793855&smart=true&width=6673&height=4246)
![[朝鮮칼럼] ‘진보 정권의 아이러니’ 재현하지 않으려면](https://www.chosun.com/resizer/v2/VXXDKUIJUJCOLIT4M4DA47BFKY.png?auth=47d5c0a683690e4639b91281f2cab5fd3b413998a70d2183f12a92e1f1b8119d&smart=true&width=500&height=500)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87] K팝, 그래미상 ‘빅4′ 고지 오를까](https://www.chosun.com/resizer/v2/5XHK7PZ56NHTTKH7COJFQ4M54Q.png?auth=664876bab5cee8d9c73896a7d01b64f27386130e62bef9ae4289fdb3837c803b&smart=true&width=500&height=500)
![[동서남북] 원산·갈마 리조트에서 이산가족 상봉을](https://www.chosun.com/resizer/v2/273GIBFF3NCHBC5LVGUUIDK3GM.png?auth=2dc473a67ab5cc661f563ad05832554564124579b2d90352af8c3782f593b38f&smart=true&width=500&height=500)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95] 밥그릇 심장](https://www.chosun.com/resizer/v2/JZ2DPK7OZBANLBLB5SS5OH3S6I.png?auth=9fb621a8d43376974dd4c21736aba72e87fd3876911d9303e1df9f5adebb9cb7&smart=true&width=500&height=500)







![닷컴 버블의 교훈[김학균의 투자레슨]](https://www.edaily.co.kr/profile_edaily_512.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