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밀리아노 조니 인터뷰
―‘뉴 휴먼스’가 전시 제목이다. 인간을 새로 정의하려는 것인가.
“아니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기술의 영향 아래 달라진 인간의 정의를 살펴본다. 이를테면 우리가 어떤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박스를 체크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생겨나는 이상한 경험, 감각의 혼돈에 대해 다룬다. 재밌는 건 현대미술뿐 아니라 20세기 미술도 함께 전시한다는 점이다. 100년 전인 1920년대에도 지금과 같은 기술에 대한 희망과 공포가 있었다.”
―작가 리스트에 영화 ‘에어리언’의 특수효과 디자이너도 있다. 전시에 ‘에어리언’이 등장하나.“맞다. ‘E.T.’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던 디자이너도 있다.”
―E.T.가 어떤 맥락에서 전시에 포함되는 것인가.
“‘로봇의 방’이 만들어진다. 거기에 이불의 유명한 사이보그 작품과 함께 E.T.가 전시된다. 그 밖에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 인간을 흉내 내 만든 로봇, 사람 같은 로봇 등이 등장한다.”―당신이 장 클레어의 전시를 언급한 것을 봤다. ‘인체’에 관심이 많은 듯한데 실제로 그런가.“그렇다. ‘로봇’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등장한 카를 차페크의 희곡 ‘R.U.R’에서 등장인물이 이런 말을 한다. ‘사람의 눈에 가장 이상한 건 자기의 모습이다.’ 이 대사가 나에게 엄청난 영감을 줬다. 인간은 스스로를 묘사하고 표현하는 데 끊임없이 관심을 가졌다.”
―이 전시를 오늘날과 100년 전의 ‘미래에 대한 판타지’라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
“미래를 마주하는 데에 과거를 보는 게 위안을 준다. 100년 전에도 기계가 인류의 일자리를 뺏고 인류를 점령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전시에는 디스토피아적인 측면이 있지만 낙관적인 부분도 있다. 인류가 그런 두려움을 계속해서 극복해 왔다는 점이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엘름그린 & 드라그세트와 젊을 때부터 함께 일했다.
“내가 처음 한 큰 전시가 엘름그린 & 드라그세트의 ‘쇼트커트’(페라리 500과 캠핑카가 대리석 바닥에 처박혀 있는 모양의 대형 설치 작품)이다. 20년이 지나 내 친구들이 한국에서 큰 전시를 열게 된 걸 보고 기분이 좋았다.”
―어떤 예술가가 미친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 당신은 ‘좋다!’고 하나 아니면 ‘생각해 보자’고 하는가.
“만약 전자라고 하면 생각 없는 큐레이터처럼 보일 것 같은데. 사실 중간 과정에 많은 것이 필요하니 그냥 ‘하자’는 큐레이터는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큐레이터는 ‘예스’라고 해야 힘이 생긴다. 미친 아이디어일수록 더 좋다. 그건 실현된 적이 없던 것이니까. 그런 현장에 함께 있다면 얼마나 짜릿하겠는가.”
―좋다. 이제 광주 비엔날레의 ‘만인보’에 대해 듣고 싶다.
“당신이 한국인이라서 이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이번 전시에는 내가 ‘만인보’에서 배우고 습득한 것이 많이 담겨 있다. 이를테면 현대 미술과 다른 예술을 섞는 형태나, 서로 다른 작은 것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공존하는 형식들은 광주에서 처음 실험했다.”
―광주에서 일상은 어땠나.
“설치하는 데 모든 시간을 보내고. 다 같이 점심과 저녁을 먹었다. 소 내장도 먹고 산낙지도 먹어봤다. 내 인생에서 음식이 접시 밖으로 도망친 건 한국밖에 없다.”
―그냥 상상만 해본다면. 한국에서 당신이 전시를 연다면 어떤 것을 하겠는가.
“다양한 변수가 있다. 공간에 따라 다르고, 그곳을 찾을 관객의 관심사도 고려해야 한다. 광주 비엔날레 ‘만인보’에 50만 명 가까이 왔는데, 내 인생에 그렇게 많은 관객이 온 전시는 손에 꼽으니 광주에 관한 전시를 해야 할까? 답은 ‘모르겠다’지만, 그냥 막연하게 떠오르는 생각은 광주의 음식? 어쩌면 보리굴비? 뉴욕에는 제대로 된 보리굴비를 만드는 식당이 없다. 그렇게 한식당이 많이 생겼는데도. 보리굴비는 정말 놀라운 음식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은 어떻게 예술을 처음 접했는가.
“내가 열두세 살 때다. 책에서 앤디 워홀의 작품을 보고 정말 당황했고 그것을 자세히 알아보면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
―나를 당황시키고 충격을 주는 것에 매료되는가.
“그게 시작이다. 미술관의 역할도 그렇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만나는 곳. 사실 인생도 이해할 수 없는 만남의 연속이지 않은가? 미술을 통해 낯선 것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그것에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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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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