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황제’ 안세영(23)이 최고 권위 대회인 전영오픈을 제패하며 세계 최강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7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1000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왕즈이(중국·2위)를 2-1(13-21 21-18)로 누르고 우승했다. 32강에서 가오팡제(중국·15위), 16강에서 커스티 길모어(스코틀랜드·33위), 8강에서 천위페이(중국·13위), 4강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3위)를 차례로 제압한 안세영은 왕즈이마저 제압하고 올해 들어 20연승을 이어갔다.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를 차례로 제패한 안세영은 전영오픈에서도 2년 만에 시상대 맨 위에 서서 올해 국제대회 4개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전영오픈은 1899년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배드민턴대회로, 안세영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무대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며 ‘최강’으로 공인된 그가 본격적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것이 2023년 이 대회였다. 이후 굵직한 대회를 잇달아 제패하며 상승세를 탄 안세영은 같은 해 7월 야마구치를 끌어내리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8월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단식 선수로는 처음 우승하는 역사를 썼고, 약 한 달 뒤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여자 단식, 여자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이후 부상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해 8월 파리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석 달 뒤 중국 마스터스에서도 우승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이날 안세영은 오랜만에 허벅지에 테이핑을 한 채 경기에 나섰다. 앞서 4강전 2게임 도중 허벅지 통증을 느꼈던 그는 이날 이전보다 무뎌진 움직임으로 고전했다. 범실이 이어지면서 1게임을 13-21로 왕즈이에게 내줬다.
하지만 2게임에서 특유의 끈질긴 수비로 왕즈이를 당황시켰다. 79차례나 이어진 랠리 끝에 7-6으로 앞서며 분위기를 바꾼 안세영은 물 샐 틈 없는 수비를 여러 차례 선보이며 18-18,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42회가 이어진 랠리를 스매시로 마무리해 19-18로 역전한 안세영은 연속 득점으로 2게임을 가져왔다.
3게임에서 안세영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내내 왕즈이를 압박했다. 18-18로 팽팽하던 3게임 막판 체력이 떨어진 왕즈이가 3연속 범실을 저지르며 안세영의 짜릿한 역전극이 완성됐다.
우승을 확정한 뒤 손으로 왕관 모양을 만드는 세리머니를 펼친 안세영은 경기 후 이와 관련한 질문에 “이제 내가 왕이다(I’m a king, now)”라고 답하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