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순연된 연장전에서 스펀 제압…페덱스컵 랭킹 1위 등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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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로리 매킬로이(미국)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6년 만에 다시 들어 올렸다.
매킬로이는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 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72) 16, 17, 18번 홀에서 치러진 대회 연장전에서 3홀 합산 1오버파를 적어내 17번 홀까지 3타를 잃은 J.J. 스펀(미국)을 따돌렸다.
둘은 최종 4라운드를 12언더파 276타로 마쳤고, 해가 진 바람에 연장전은 현지 날짜로 월요일 아침에 열렸다.
연장전은 싱겁게 끝났다.
"연장전에서 다섯번 좋은 샷을 치면 우승할 수 있다"던 매킬로이는 말처럼 연장전 첫 번째 홀인 16번 홀(파5)에서 완벽한 두 번의 샷을 날려 기선을 제압했다.
336야드짜리 티샷을 페어웨이 중앙에 떨어뜨린 매킬로이는 피칭 웨지로 그린에 볼을 올린 뒤 퍼트 두 번으로 버디를 잡아냈다.
스펀은 티샷이 러프에 떨어진 바람에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갔지만, 6m 버디 퍼트는 빗나갔다.
승부는 사실상 17번 홀(파3)에서 갈렸다.
매킬로이가 9번 아이언으로 쳐 그린에 볼을 안전하게 올렸지만, 스펀은 8번 아이언을 잡고 티샷한 볼은 그린을 훌쩍 넘겨 물에 빠졌다.
스펀은 "너무 잘 맞았다. 그렇게 멀리 간 게 믿기지 않았다. 바람 때문에 운이 나빴다"고 말했다.
스펀은 벌타를 받고 드롭존에서 친 샷마저 핀에서 한참 떨어져 3퍼트를 하고 말았다.
매킬로이도 3퍼트 보기를 했지만, 스핀은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 타수 차는 더 벌어졌다.
매킬로이는 "16번 홀 티샷과 두 번째 샷, 그리고 17번 홀 티샷 등 세 번의 샷이 우승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18번 홀(파4)에서 둘은 모두 티샷이 오른쪽으로 빗나가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왔다.
둘 다 파 퍼트는 넣지 못했고, 스펀은 보기 퍼트를 앞두고 매킬로이에게 보기 퍼트를 먼저 하라고 양보했다.
매킬로이의 보기 퍼트가 들어가면서 경기는 매킬로이의 우승으로 그대로 끝났다.
매킬로이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은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다.
매킬로이는 잭 니클라우스, 프레드 커플스, 할 서튼, 데이비스 러브 3세, 타이거 우즈, 스코티 셰플러(이상 미국), 스티브 엘킹턴(호주)에 이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2번 이상 우승한 8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3차례 우승은 니클라우스가 유일하다.
매킬로이의 PGA투어 대회 우승 트로피는 28개로 늘어났다.
매킬로이는 연장전 전적도 4승2패가 됐다. 스펀은 이번이 첫 연장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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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A=연합뉴스]
이번 우승으로 매킬로이는 세계 최강자 자리에 다시 오를 계기를 만들었다.
AT&T 페블비치 프로암 우승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정상에 오른 매킬로이는 페덱스컵 1위를 꿰찼다.
무려 450만 달러(약 65억원)의 우승 상금을 받아 단숨에 상금랭킹 1위(971만9천714 달러)에도 올랐다.
불과 4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작년 시즌 19개 대회에서 2차례 우승하며 벌어들인 상금 1천89만790 달러에 육박하는 돈을 벌어들였다.
매킬로이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2030년까지 PGA투어 카드 보장과 4개 메이저대회 5년 출전권도 보너스로 받았다.
아직 이번 시즌 들어 우승을 신고하지 못한 세계랭킹 1위 셰플러에 한참 앞선 매킬로이는 2023년 2월 셰플러에게 내준 이후 2년 동안 되찾지 못한 세계랭킹 1위 탈환의 발판도 마련했다.
무엇보다 매킬로이가 꼭 우승하고 싶어 하는 4월 마스터스를 앞두고 경기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사실이 고무적이다.
2014년 디오픈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지 못한 매킬로이는 특히 마스터스에서는 2022년 준우승을 포함해 7번이나 톱10에 오르고도 우승까지는 이르지 못해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의 마지막 조각을 맞추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열리는 3차례 PGA투어 대회는 모두 건너뛰고 마스터스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킬로이는 "지금 어느 때보다 경기력이 올라왔다"면서 "노력한 보상을 받았다"고 기뻐했다.
2022년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딱 한 번 PGA 투어 우승을 맛본 뒤 3년 만에 두 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던 스펀은 매킬로이의 이름값 앞에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지난 세 차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두 번 컷 탈락에 한번은 컷을 통과한 선수 가운데 꼴찌인 공동 64위에 그쳤던 스펀은 최고 순위에 오르면서 준우승 상금 275만 달러를 받았다.
이는 보통 PGA투어 대회 우승 상금보다 훨씬 많다.
그가 올해 이 대회에 앞서 출전한 8개 대회에서 번 상금 총액은 185만6천 달러였다.
스펀은 코그니전트 클래식에서도 준우승했다.
그는 페덱스컵 랭킹은 5위, 세계랭킹은 25위로 뛰었다.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주는 마스터스 출전권도 사실상 굳혔다. 그는 2022년 딱 한 번 마스터스에 출전했다.
한편 현지 시간으로 하루 전에 끝난 4라운드 경기 결과 6언더파 66타를 친 톰 호기와 2타를 줄인 악샤이 바티아, 1언더파 71타를 친 루커스 글로버(이상 미국)가 10언더파 278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2023년과 작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한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공동 20위(4언더파 284타)에 그쳐 대회 3연패가 무산됐다.
셰플러는 이날 버디 1개에 보기 2개로 1오버파 73타를 쳤다.
셰플러가 오버파 스코어를 적어낸 것은 지난 2월 WM 피닉스 오픈 최종 라운드 1오버파 이후 12라운드 만이다.
한국 선수 가운데 김시우가 공동 38위(1언더파 287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날 10번 홀에서 시작해 4언더파 68타를 때린 김시우는 특히 마지막 9번 홀(파5)에서 20m 칩샷이 들어가는 이글로 짜릿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4타를 잃은 김주형은 공동 42위(이븐파 288타)로 떨어졌고 이븐파 72타를 친 안병훈은 공동 52위(2오버파 290타)에 그쳤다.
4오버파 76타를 친 임성재는 공동 61위(6오버파 294타)로 밀려났다.
컷 탈락한 이경훈을 포함해 이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5명은 모두 페덱스컵 랭킹이 하락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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